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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r 23. 2016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무저항은 죄인가?'

요조는 자화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침하고 처참한 그림을 완성했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20살에 자살 시도를 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그런 시도를 했다. 1948년 그의 최고 작품이라 손꼽히는 <인간실격>을 집필한 후 강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어린 소년이었다. 문학 동인지 발행을 주도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도쿄 대학 불문학과 입학하지만 좌익운동으로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아 중퇴했다. 결혼하고서 안정을 찾아 집필에 전념한다. 1933-1948년까지 작품으로 <물고기 비늘 옷> <로마네스크> <새잎 돋은 벚나무와 마술 휘파람> <개 이야기> <화폐>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 창문도 없이 뼛속까지 냉랭한방에는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차라리...
비합법의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게 나에게는
더 마음 편한 일 같다.




다들 용케 자살도 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 정치를 논하면서 절망도 하지않고
그야말로 굴복하지 않는 삶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군요.



누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일까?.... 인간이란 모름지기 피의 무게 생명의 거친 맛이 있어야 한다. 그는 필사적이다. 자신의 광대 짓으로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求愛를 펼친다. 분노는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갈 자격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광대 짓을 핑계로 분노를 보려는 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들이닥칠 분노와 복수를 기다린다. 드디어 인간의 분노를 목격하고 전율한다.

실존해야만 하는 상황을 역겨워한다. 고통의 연장이다. 먹어야만 하는 시간, 실리적인 필요. 인간의 검소함 등이 모두 실질적인 고통을 피하기 위함이다. 가장 지독한 고통이다. 먹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일을 해서 벌어먹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말은 암담하고 서글프고 소름 끼치게 한다. 불쾌한 위협이고 애매모호한 협박이다. 밤마다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뒤척이고 신음하고 미게 한다....


느닷없이 '파리'를 때려잡는 소의 꼬리



도호쿠 시골 마을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요조, 이 녀석이 주인공이다. 요조의 행복의 관념은 세련된 유희, 재미있는 놀이에 있다. 어떤 것도 자신을 즐겁게 해줄 수 없다. '아이'는 광대짓으로 자신을 숨긴다. 양자택일 능력이 없어 원하는 것을 쉽사리 말하지 못한다. 가증스러운 범죄를 보아도 누구에게 호소하지 못한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다.

자신을 기묘하게 감싸는 존재, 난해한 존재들은 적당한 선 없이 하염없이 광대짓을 요구한다. 허겁지겁 쾌락을 탐하는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은 복잡하고 귀찮고 오싹하다. 극도로 불쾌하게 내면을 공격하는 좀체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그는 게으른 학창시절을 보낸다. 단체생활은 물론할 수 없고 청춘과 젊음 그것마저도 소름 끼쳐한다.

세상에 통하는 합법이라는 것이 무섭다. 그 구조가 이해되지 않아 불안하고 겁이 나서 세상이 캄캄해진다. 인간의 '실생활'에 대한 두려움, 불안과 공포의 나날들이다. 밤마다 불면의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본다. 수상한 상처는 나이가 들수록 뼛속 깊이 생겨났고 자신의 피와 살보다 더 일체화되어 살아있는 감정이 되었다.

요조, 도호쿠의 코미디언 해럴드 로이드에 지나지 않았다.



돈 떨어질 때가 인연 끊기는 때,라는 말이 있지?



인간 세상의 밑바닥인간의 자신감과 폭력성도 이상하다. 아무런 연결도 없이, 완전히 망각해버린 것처럼 잘 때와 일어날 때의 두 세계를 단절시킨 채 잘도 살아간다. 신비한 현상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인간에 대한 공포를 달랠 수단으로 술, 담배, 매춘부를 알게 된다. 지독한 외로움 품고 가시 돋친 음울한 기류와 서로 녹아들어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해방될 수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모종의 역겨운 분위기, 어떤 꿈을 심어주는 분위기를 뿜었다. 타인에게 끌리는 것이 되었다. 여럿 여자들에게서 절박한 편지를 받기도 하고 마르크스 학생회 행동대장이 되어 있기도 했다. 자신은 혼자 '생활'해나갈 능력이 없었다. 돈은 모자랐고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짜증이 나 도망간다. 그 역시도 기분이 좋지 않아 죽기로 마음먹는다.

주제넘은 욕심이 없다. 포지티브 한 열정도 없다. 물처럼 순순히 체념하고 느물느물 웃기만 했다. 그러다... 가치도 없는 초라하고 청승맞은 돈 없는 사람들끼리의 친화감이 가슴에 솟구치고 사랑의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을 자각했다. 앞뒤 분간도 못하고 자신을 잃었다. 슬프게 미소 짓고 죽음의 제안에 간단히 동의한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그 청승맞은 쓰네코 하나만을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요.


삶의 깊은 밑바닥 교활하고 경멸에 찬 기묘한 기척을 느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말투는 까다롭다. 애매하고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한 미묘한 복잡함이 숨어있다. 엄중한 경계심, 쩨쩨한 계산이 당황스럽다. 불필요한 조심성, 불가해한 허세, 체면치레를 알았다. 도시 사람의 약아빠진 근성, 비열한 에고이즘, 깍쟁이 근성, 안과 밖을 딱 잘라 구분하며 살아간다.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한다. 다른 이들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자신은 인간 생활에 도망치기만 하는 얼간이다. 항상 가슴이 텅 빈 듯한 나른한 상실감에 시달렸다. 초조감에 몸부림친다. 그는 껍질 속에 단단히 닫혀있다. 견딜 수 없는 쓸쓸함을 느낄 뿐이다.

세상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개인, 개인을 뛰어넘어 다시 개인. 이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이다. 세상이라는 것의 실체는 나.... 인간 세상의 밑바닥도 삶의 깊은 밑바닥도 나... 그 밑바닥으로 헤엄치며 깊이 들어가는 것도 나... 상실된 걸작이다. 지옥의 애무를 퍼붓고 진흙처럼 곯아떨어진다.....

전깃줄에 연이 걸려서 봄날의 먼지
바람에 휘날리고 찢기고,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전깃줄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왠지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다.



<마무리>

1930-1932년 도쿄 풍경을 그린다. 1935전후 일본... 요조는 신께 묻는다. 무저항은 죄인가요?라고... 자신은 아내를 지키지 못 했다. 어린 아내 요시코는 순수한 무지가 저항하지 못 했다. 자신이 신뢰하는 교우에게 가둬질 때도 저항하지 않았다. 신神과 같은 무지다. 거부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균열,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비어버린 듯하다. 모든 것을 상실했다. 행복도 불행도 없는 인간 세계는 지나가고 있다....

요조 '자유'가 그립다. 고향 집이 떠오르면 외롭고 섭섭해 운다. 무명의 만화가 요조는 얼간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비참하게 죽지 않겠구나 하고 바라기도 한다. 사랑, 사랑, 사랑을 발견하고 순순히 동조하고 물러난다. 단 한 번의 기도라면 그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죽지 못하는 철면피, 바보 괴물, 살아있는 시체, 인간의 인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불행한 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불꽃같은 분노의 세례, 비열한 배신자 명찰을 달고 산다.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턱을 괴고 차를 마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오리무중이고 우울하고 패배자적인 태도를 취한다. 신의 사랑은 믿을 수가 없고 신의 처벌만을 믿는다. 심판대로 향한다. 지옥을 믿는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아이 같은 사람이다. 타인의 생각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화법이다. 왜 이런 식의 작품을 남겼을까? 이 세상에는 온갖 불행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절망한다. 죄의식이라 말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 의식에 시달렸다. 한없이 불행해져 갈 뿐이다. 더러운 죄, 한심한 죄가 더해지고, 고뇌는 커져가고 강렬하다.

요조는 자화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침하고 처참한 그림을 완성했다. 추한 것에 구역질을 하면서도 관심을 숨기지 않는 대가들의 표현법이라고 해두자. 요조처럼 다자이 오사무도 그래 보였다... 사진 속 특징 없는 얼굴은 누구였을까... 광대 짓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자들....

작가는 자신의 깊은 고뇌 감추고 그 우울과 긴장을 또 감추고 이 별난 작품을 완성했다. 불이익이 돌아올 줄 뻔히 알면서도 예의 '필사적인 서비스'를 비뚤어지고 미약하고 어리석은 짓이라 해도 그 봉사의 일념에서 작품을 남긴다. 덕분에 '진땀 나는 서비스'를 잘 받아보았다. 그 필사적인 것은 자신들을 향한 항의의 소리였을까. 이제라도 제대로....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텅 빈 존재다.

- 나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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