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부 - 넌 무엇을 기대했나?
순간과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속도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p24)
목화밭의 바구미-곡식을 파먹는 해충-, 콩줄기 속의 벌레, 옥수수 속의 좀벌레. 자네는 그런 것들을 마주 보지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해. 너무 약하면서 동시에 너무 강하니까. 이 세상에 자네가 갈 수 있는 자리는 없네.(p46)
그 하얗기만 한 풍경과 나무들과 높은 기둥들과 밤과 저 멀리의 별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작고 멀어 보였다. 마치 그것들이 무(無)를 향해 점차 졸아들고 있는 것 같았다.(p253)
스토너의 강의목표...
강의의 목표는 대략 1200년대부터 1500년대 사이의 작품들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역사상의 몇가지 사건들이 우리에게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철학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언어학적인 어려움, 종교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어려움, 실질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받았던 교육이 모두 이런저런 방식으로 우리를 방해할 것입니다. 경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우리의 습관이 우리의 기대치를 결정한 것처럼, 중세 사람들의 기대치도 습관에 의해 결정되었으니까요. 먼저 기본적인 공부를 위해 중세 사람들의 삶과 생각과 글을 결정했던 마음의 습관들을 몇 가지 살펴봅시다...(p315)
공부를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로 생각하는 모습. 스토너는 지금 이 시절이 지나고 나면 결코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p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