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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6. 2015

이방인 - 알베르 카뮈'일말의 희망'

저항Résistance


알제의 해변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수직으로 내리쬐는 태양, 뜨거운 모래,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다, 수평선으로 보이는 어선 하나 해운회사에 다니는 뫼르소와 마리는 그 해변에서 함께 수영하고 서로의 기분에 만족감을 느낀다. 뫼르소의 어머니는 양로원에서 돌아가신다. 장례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웃이던 레이몽과 친구 사이가 되고 그가 원하는 데로 협조하게 된다. 협조라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뫼르소는 그다지 자기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아니라면 수락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이 그에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마리가 원하면 결혼할 수 있는 거고 그게 마리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어떤 의미라는 걸 두지 못하는 남자다.



그는 자신에겐 의미를 두지 못하지만 양로원의 페레 씨, 이웃인 살라마노 영감님을 보는 그의 시선은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어머니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한 페레 씨는 허약한 몸을 이끌고 뫼르소 부인의 장례를 마친다. 살라마노 영감은 늙은 개를 끌고 다니며 잃어버리고 마는데 개를 못살게 구박할 땐 언제고 밤새 불안해한다.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그것에 무덤덤한 뫼르소.. 그는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마지막 모습조차도 보지 않고 관을 덮었다. 부양할 돈이 없어서 어머니를 양로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고 이웃들이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 뫼르소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한데 때때로 그가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난 순간 그가 느낀 해방감은 조금 공감이 갔다.



태양을 이기려는 남자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는데도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뫼르소 그는 태양 아래서 불행의 문을 두드리고 말았다. 레이몽을 위협하는 아랍인 몇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뫼르소는 홀로 그중 한 사람과 다시 맞닥뜨린다. 상식적으로 컨트롤하는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만 칼 든 아랍인을 총으로 쏘았다. 이 사건으로 그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머니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는 쓰러진 아랍인에게 총을 쏘았다. 죽었는데 왜 총을 4발이나 더 쏘았을까? 뫼르소는 그 모호한 문제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왜 이토록 완고한 사람이 되었을까? 그는 구원해줄 신을 믿지 않는다. 자신은 총을 쏘았지만 죄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상한 논리다. 나도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다. 주인공을 이해할 수 없기는 오랜만이다....



11개월 동안의 수사는 그에게 일종의 가족들 사이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고 본인이 스스로 즐겼다는 사실에 놀란다. 의미를 두지 않지만 본능엔 여지없이 반응한다. 보고 있으면 느끼고 싶어 한다. 솔직하게 반응한다. 그가 있는 곳이면 알제의 태양은 구석구석 비쳐들어온다. 그 태양 아래 모두가 존재할 뿐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익숙해져가는 것들.. 뫼르소는 자유를 빼앗기고 감옥에 갇힌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에게 불행도 아니었다. 시간을 죽이는 것으로 기억을 떠올린다. 살던 방의 세세한 것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몇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기억할 것이 충분한 남자, 백 년도 가능하리란 생각도 한다. 감옥에서 뫼르소는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읽는 동안 느끼지 못했는데 갑자기 무서운 사실을 마주한 내 모습을 보고 말았다. 느끼고 싶지 않은 고통,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비밀,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 마주하기 버거운 것들을 나는 어떻게 대했던가...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고 나서야 사형집행에 대한 관심을 그동안 관심 갖지 못한 걸 후회한다. 본인의 일이 되어서야 그동안 신문으로 읽고 넘겼던 사실, 부모님의 행동을 떠올린다 그것만큼 중요했던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는 뫼르소처럼 살고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알베르 카뮈가 쏟아내고 싶었던 진실이 이것이었을까? 우리 모두 이방인처럼 살고 있지 않느냐고... 무서운 진실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알제의 해변 위의 뜨거운 태양이 의미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익숙함에 저항했던 뫼르소는 어디 가고 빈 껍데기만 남았을까? 일말의 희망이라면 그가 태양의 빛을 저지하기 위한 4발의 총성이었을까... 우리에게 향한 총구였을까? 지금 그 4발의 총을 맞은 듯이 아프다..... 그는 나의 고개를 들어 올려 '똑바로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태양

태양의 뜨겁고 세찬 숨결이 얼굴에 느껴질 때마다, 나는 이를 악물었고, 바지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움켜쥐었고, 태양을 이기기 위해, 태양이 내게 쏟아붓는 이 먹먹한 마비감에 맞서기 위해 온몸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모래에서, 흰 조개껍질에서, 유리조각에서 햇빛이 칼날처럼 튀어 오를 때마다 턱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나는 오랫동안 걸었다.



부조리

지금까지 내내 이 부조리한 삶을 살아오는 동안,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어두컴컴한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아직 오지도 않은 세월을 가로질러 내게로 불어오고 있었고, 그 바람이 내가 살아온 더 실감난다고도 할 수 없는 그 세월 속에서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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