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20화
지난 3주간 기침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
대수롭지 않은 인후통이 끊이지 않은 기침으로 변하고 노란 고름 같은 가래가 차올랐다.
병원에 3일마다 방문하니 의사 선생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항생제를 몇 번이나 바꿨다.
뭐가 잘못된 걸까? 쫄보라 겁이 덜컥 났었는데
다행히 이번 주에 기침이 멈췄다.
그런데
글이 잘 안 써진다.
맥이 탁 풀려버렸다.
속상하다.
매 순간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죽는다.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마음 쓰이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의식조차 못하고 사는 게 보통이다.
옛날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감기, 치통, 가벼운 타박상 정도가 전부였다.
그 외의 질병은 나와 상관없는 아주 먼 이야기였다.
그러다 내게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낮에는 멀쩡하다가 새벽이 되면 참을 수 없는 복통에 신음했다.
누군가 내 창자를 꽉 잡고 쥐어짜는 것 같았다.
점점 응급실에 자주 가게 되었다.
하지만 검사를 해봐도 별 이상이 없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에 무작정 응급실로 달려오는 나이롱환자가 된 것 같았다.
참을 수 있다면 제발 참고 싶었다.
다시는 응급실에 오지 말아야지. 아침까지 참다가 병원에 가야지.
다짐했지만 다시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
링거를 뽑고 피검사를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포도당만 맞았는데 배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바쁜 응급실에 민폐가 된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런데 2시간 후 검사결과를 통보하는 사람은 간호사선생님이 아니었다.
당직의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간수치가 높아서 입원하셔야 합니다."
나는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에 오면 안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당직의사는 단호히 말했다.
규정상 이 수치로는 퇴원 허가 못합니다. 절대 안 돼요!
드라마 속에선
응급실 환자가 아무리 아파도 집에 혼자 잘만 가던데
현실에선 택도 없는 일이었다.
그 밤, 나는 꼼짝없이 입원실의 빈자리가 날 때까지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