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18화
오뉴월인데 감기에 걸렸다.
침 삼킬 때마다 목이 좀 따끔거렸으나
열도, 기침도, 콧물도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집에 남아있던 쭉 짜 먹는 감기약을 대충 삼키고
만병통치약 같은 비타민C와 단백질 셰이크를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평소 루틴대로 헬스장에 갔고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잊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 보니 경미한 감기증상은 어느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어젯밤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잔기침이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정상이었다.
도대체 아픈 거야, 안 아픈 거야!
깊은 새벽, 나는 듣는 사람 없이 투정을 부렸다.
너무 피곤하고 졸린데 잘 수 없으니 짜증이 났다.
비가 와서 그랬나. 에어컨 때문인가
나름 건강하게 살았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미루고 오랜 단골병원에 갔다.
학생 때처럼 의사 선생님 앞에 얌전히 앉아서 열체크를 하고,
목을 아~하고 크게 벌리고,
청진기 진찰을 받았다.
"목이 많이 붓거나 하진 않네요. 열도 없고."
"선생님 근데 저 왜 이러는 거죠?"
"무리하신 것 같은데 요즘 일이 많으신가요?"
"아뇨. 평소처럼 그냥 일하고 운동하고 그게 다인데"
"운동도 일이에요. 아플 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쉬세요. 운동 며칠 안 한다고 큰일 나지 않습니다."
그렇구나. 운동도 일이었구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하루 안 한다고 잡혀가는 것도 아닌데
왜 놓을 수가 없는 걸까.
나는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집에 돌아와 약을 먹고 그대로 잠을 청했다.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깊이 빠져들었다.
일어나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개운하다.
어쩌다 보니 살면서 4번의 수술을 했다.
그런데도 나는 아픔이 늘 두렵다.
두려워서 쉴 수 없었다.
운동을 하고 철저히 식단을 조절하고
그런데,
가끔은 그냥 쉬는 것도 방법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