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사람들 24화
사람이 싫어질 때가 있더라.
좀처럼 지치지 않는 유쾌한 에너자이저 Y가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원인은 직장 내 인사이동.
상사는 같은 사무실 안에 있는 것 자체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었다.
게다가 일을 벌이고 수습은 못 하는 의욕 충만 고집쟁이.
"능력이 안되면 가만히나 있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다크서클과 침울한 표정의 동료들이
점심시간이면 상사를 피해 슬금슬금 자리에서 사라지는 걸 보고
중간관리자인 Y는 겁이 덜컥 났다.
어떻게든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사람을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섬 같은 산에 위치한 도서관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나눠먹던 화기애애한 점심시간,
이상한 민원에 시달릴 때 서로를 위로하던 동료애는 사라졌고
좁은 사무실에 전근을 원하는 사람이 반 이상이 되었다.(당연히 Y도 포함이었다.)
다들 어떡하면 이 지옥에서 남보다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Y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우울증이래."
베개에 머리만 대도 자는 Y, 자고 일어나면 속상했던 일도 훌훌 털어버렸던 Y답지 않았다.
나는 Y에게 척척박사 J가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추천했다.
다시 도서관에서 만난 Y는 달랐다.
Y는 확실히 우울증에서 벗어난 게 분명했다.
그런데 전에 알던 Y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Y는 한눈에 봐도 상대하기 힘든 빌런을 상대하면서 싫은 기색 없이 여유 있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선생님이라는 마법의 단어 덕분이지."
어느 날, 동네 주민센터를 찾은 Y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은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모습을.
"선생님, 제가 해결해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Y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배려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선생님이라는 말, 따뜻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쓰기로 했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을 많았다.
이용자, 어르신, 아버님, 어머님, 학생 그리고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십중팔구는 부드러워져. 정말 다들 선생님 같아진달까?"
선생님이라는 말을 쓰면서 Y는 이용자들과 전보다 친근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이용자들이 너무 좋아. 이거 골치 아픈 상사가 있어서 그런가?"
긍정의 에너자이저 Y가 눈을 찡긋거리며 배시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