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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자의 보상심리

별별 사람들 25화

by 매콤한 사탕


세상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지만, 착한 사람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찾기 쉽지 않다.

젊은 요리사는 내가 본 사람 중 제일 착한 사람이다.


마음씨 좋은 젊은 요리사의 사회생활은 눈물 나게 고달팠다. (별별사람들 3화의 주인공)

그렇지만 살다 보면 가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니까...

최근 젊은 요리사는 셰프로 승진했다.

누군가 인재를 제대로 알아본 것이다.


젊은 주방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고급식당에서 일하지만 정작 자신의 끼니는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는 직원들을 위해 아침밥을 짓는 것이었다.

그는 사비를 털어 재료를 장만하고 날마다 다른 메뉴의 아침밥을 준비했다.


"주방장님이 와서 사람답게 밥 먹고 일하네요. 감사합니다."

"아유, 이모님 말 편하게 하세요."


마음씨 좋은 젊은 주방장 덕분에 식당직원들은 어느새 직원이 아닌 식구가 되었다.

흥이 난 식당식구들은 열심히 일하는 젊은 주방장을 따랐다. 그래서였을까?

얼마 후, 다른 점포에 비해 매출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인센티브를 받게 된 젊은 주방장은 기동력을 높이기로 했다.

출근 시간에 맞추면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하면 됐지만, 식당식구들 아침밥을 지으려면 늘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다.


"차가 있으면 장보기도 쉽고 더 일찍 출근할 수 있잖아."


핸드폰 저편에서 젊은 주방장의 목소리가 설레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그가 타고 온 차는...


"차 샀다고 하지 않았어?"

"이거 잔고장 1도 없다는 전설의 xxx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이거?!"


그가 타고 온 차는 그의 어머니의 차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와 통화 후, 젊은 요리사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저 차 사려고요."

"차? 집 앞에 버스 있잖아."

"새벽에 일찍 다니려면 필요해서요."

"그냥 제시간에 나가면 될걸. 넌 명색이 주방장이 밑에 사람들 아침까지 꼭 챙겨야 하는 거니?"

"밥 먹고 일해야 힘이 나죠."

"너는 꼭! 그런 거 하지 마라. 자꾸 해주다 버릇하면 아무리 호의라도 당연시 알고 우습게 봐. 돈도 없는 게 차는 무슨."

"본사에서 인센티브 나왔어요."

"그래?"


갑자기 어머니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잘됐다. 그럼 내 차 바꾸자."

"네?"

"내 나이에 못해도 중형세단 정도는 타야 체면이 서는데. 아휴~ 나 차 탈 때마다 진짜 쪽팔려 죽겠어."

"아, 저도 차가 필요한데."

"내 차 너 하면 되잖아. 딱이지 뭐. 처음 차는 중고가 편해. 우리 사는 김에 풀옵션으로 사자. 모임 가면 엄마친구들 또 타니까 없어 보이면 좀 그래. 알았지? 그렇게 하자."


젊은 요리사의 철없는 어머니는 늘 이런 식이었다. 응석받이로 자라나 부모인지, 자식인지,


"그래서 어머니 차 사드린 거야?"

"중형세단, 풀옵션으로"

"왜 그렇게까지 하냐? 너 바보야?"

"엄마가 좋아하시더라. 그러면 됐지 뭐."

"네가 그러니까..."


젊은 요리사가 작게 속삭였다.


"<폭싹 속았수다> 봤어?"

"드라마 말이야?"

"응. 그걸 보니까 엄마 새 차 사줘야겠다 싶더라고."

"말이 돼? 드라마랑 정반대잖아. 거기는 자식한테 뭐든 주고 싶은 부모 마음 아니었어?"

그러니까. 내가 그런 걸 못 느껴봐서 느껴보고 싶어서.


"뭐"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갖고 싶은... 그래서 엄마 차 주고 싶었어."

"그게 결핍을 채우려는 보상심리라고?"

"그래, 그거. 역시 심리학과는 다르네?"


젊은 요리사는 사람 좋게 미소 지었지만, 나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누군가는 그의 진심을 알아주고

누군가는 그의 진심을 이용한다.

젊은 요리사는 좀처럼 원망하지 않는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냥 이해해보려고 한다.

부모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착해빠진 젊은 요리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선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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