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했는데 찾게 되는 음식

이게 무슨 맛이지 하면서도 퍼먹는 감자 샐러드

by 담화

12월의 절반을 가리키는 월요일이 됐어. 준이네 학교는 이미 방학을 시작했고 선이는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오겠지. 진이는 1월이 되어야 방학을 할 테고.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긴긴 방학 동안 도대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지.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야.


세상에, 20년을 거뜬히 부엌을 지탱해 왔던 엄마조차도 방학을 맞이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한단다… 심지어 이번 방학의 가장 무서운 점은 뭔지 아니? 매식과 학식에 질려버린 큰누나(언니)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엄마, 엄마가 해준 밥이 너무 먹고 싶어… 사 먹는 거 정말 지긋지긋해, 하고 수시로 호소해 왔다는 점이야. 물론 당연히, 기쁘게 + 기꺼이 해줄 거지만, 아… 적어도 앞으로 두 달간은 외식 따윈 꿈도 꾸어선 안 되겠구나,라는 냉혹한 깨달음이 엄습해 오니 안 그래도 아픈 어깨가 더 쑤시는 거 있지. 칼질 덜 하고, 덜 휘젓고, 덜 섞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열심히 고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지금은 좀 바뀌긴 했지만, 선이는 반찬은 두어 가지만 놓고 먹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식성의 소유자이긴 했지만 은근히 가리는 음식이 많았지. 진이도 비슷하긴 했지만 대신 훨씬 까다로운 입맛을 갖고 있어서 좋아하지 않는 음식엔 결단코 손도 대지 않는 데다가 맘에 드는 반찬이 없으면 차라리 밥을 안 먹는다는 주의여서 얼마나 엄마의 속을 긁었던지 말로 다할 수가 없을 정도지.

그렇게 엔간히 입 짧은 애를 둘을 키워봤으니 이제 겁날 게 없다 싶었던 엄마는 세 번째 날벼락을 맞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준이였지. 안 먹는 음식보다 먹는 음식을 헤아리는 쪽이 더 빨랐던 우리 막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놀라운 먹성을 자랑하지만 싫어하는 식재료에는 개미 눈물만큼의 곁도 내어주지 않는 입짤배기.

대체로 무던한 식성을 가졌지만 반찬이 많은 것보다는 메인 요리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상에 올라오는 걸 선호하는 너희들의 아빠이자 나의 웬수.


음식 하나 제대로 해서 먹으면 되는 걸 갖고 뭘 매번 이것저것 하느라고 그렇게 밥상 차리는 걸 힘들어하냐고, 타박할 때마다 엄마는 이를 갈았어. 너어는 반드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시대 수라간 나인으로 살라고. 것도 아니면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보라고. 진짜 사람이 그런 막말하는 거 아니라고…

그런데 엄마의 서슬 퍼런 한을 좀 알아차린 것인지 요즘은 뭘 해도 고생 많다, 힘들어서 어쩌냐 소리를 참 잘하는 것이 사람이 눈치라는 것이 생기기도 하는가 봐. 근데 뭐, 인제 와서 뭐! 하나도 안 고맙다고! (씩씩…)

아무튼.


너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은 희귀하지만, 그만큼 희귀한 것이 또 공통적으로 다 싫어하는 음식이기도 한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거 아닐까 싶어.


감자샐러드. 다 싫어하는데 왜 굳이 가르쳐 줄 생각을 하냐고?


그게 참 이상하다, 얘들아. 분명히 별로 안 좋아하는 음식인데, 자꾸 생각나는 게 있어. 싫어했던 음식인데 나이 먹고 나면 유난히 생각나는 게 생겨. 그럴까 봐 알려주는 거야. 그리고 이상하게도 옛날엔 별로 안 좋아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있거든.


그러니까 간단하게 가르쳐 줄게, 항상 너희한테 외면받고 엄마만 푹푹 퍼먹곤 했던 감자샐러드.


일단 감자를 껍질을 벗긴 뒤에 조그맣게 깍둑썰기를 하자. 그러면 빨리 익기도 하고, 나중에 다른 재료들과 섞어주기도 편하니까. 소금 조금 넣고 푹 삶은 뒤에 건져놓고, 계란도 완숙으로 하나 삶고(끓는 물에 7~8분 정도 삶으면 돼), 당근과 양파는 잘게 다져 줘. 당근은 크게 조각내서 넣으면 그 맛이 싫다고 할까 봐 그런 거고, 양파는 샐러드의 느끼한 맛을 덜기 위해서 넣는 거니까 잘게 다지는 거야. 오이는 감자랑 비슷한 크기로 썰어두어도 괜찮아. 뭐, 햄이라든가 셀러리 같은 다른 재료를 넣어줘도 되는데 그건 취향 따라 제각기 알아서 넣기로.


다 삶아서 물기를 뺀 감자와 대충 부숴놓은 삶은 달걀, 오이, 다져놓은 채소들을 한데 넣고 마요네즈 넉넉히, 소금과 설탕 조금씩(이건 입맛에 맞게 가감) 넣어서 버무려 주면 완성. 듣기로는 옛날 식당에서 먹던 맛을 내고 싶으면 커피 프림(…이게 뭔지 알기는 할까 싶지만)을 조금 넣어주어도 괜찮대.


이건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좋지만 너무 허기질 때 조그만 모닝빵 한 덩어리를 조심조심 반을 갈라서 그 안에 욕심껏 채워 넣고 간식처럼 먹어도 좋더라.

아니면 간단하고 빠르게 점심을 때워야 할 때도 괜찮고. 정말 이래저래 요긴하게 응용할 수 있어서 참 좋은데, 왜들 그리 싫어하는지 엄마 머리 위엔 여전히 커다란 물음표가 동동.

하지만 언젠가 너희 중 누군가는 이 별것 아닌 시시한 샐러드 만드는 법을 궁금해하게 될걸. 진짜야.

keyword
이전 26화얘는 이게 싫대고 쟤는 이게 좋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