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이게 싫대고 쟤는 이게 좋대고

어쩌라고, 그러니까 삼치 데리아키

by 담화

세상에서 (익힌) 생선을 가장 좋아하는 선이, (날) 생선만이 진짜 맛있는 생선이라고 생각하는 진이, 뭐가 됐든 맛만 있으면 다 용납하는 준이. 딱 이렇게만 쓰고 봐도 엄마의 노고가 절로 읽히지 않니.

어쩜 다 같은 뱃속에서 나온 주제에 이렇게 입맛이 아롱이다롱이일 수가 있니. 비린 맛이야말로 생선의 본질이며 생선의 맛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선이가 N극에 있다면 비린내가 나는 음식을 무엇하러 비위 상해가며 먹어야 하냐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진이가 S극을 담당하는 셈이지.


엄마는 (익힌) 생선 옹호론자와 (날) 생선 옹호론자의 날 선 논쟁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어.


엄마는 회를 좋아하진 않는데, 그렇다고 못 먹는 것도 아니거든. 그런데 엄마의 일평생을 두고 정말이지 회가 미친 듯이 먹고 싶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가 몇 달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진이가 뱃속에 있던 때였어.

정말 신기하지. 그깟 회 좀 당장 못 먹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못 먹으면 죽을 것 같다고(그럴 리가) 꺽꺽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해.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기억이야.

아무튼 임산부가 날것을 먹으면 안 좋다고 난색을 표하던 아빠도 그 대성통곡에 결국 굴복해서, 휴가를 냈는지 어쨌는지 그런 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강릉까지 회를 사 먹으러 총출동했던 기억이 나.


그렇게 생쑈를 하면서 경포까지 진출한 것치고는, 광어 몇 점 먹고 더 못 먹겠다고 해서 다른 가족들만 포식을 했더랬지. 아, 엄마는 몰랐어. 그땐 진짜 몰랐어. 회에 눈이 돌아가는 딸을 낳을 줄은.


그래서일까, 생선은 날것으로 먹는 것이 근본이라는 이상한 철학을 가진 진이는 생선구이는 손도 대지 않으려 하지. 이유는 무조건 하나야. 비리다고. 그래서 그런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선이가 집에 오면 생선 생선, 을 노래처럼 읊는 통에 방학 시즌에 유난히 생선 반찬을 올리는 날이 잦아지는데 그런 날마다 사실 엄마는 좀 힘들어.

이제 또 고3님이 되시는 진이 씨의 입맛을 배려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잠깐 여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자면 먹기 싫으면 먹지 말아 이것들아… 흠흠.


그럴 때의 절충안이랄까 협상 결과물이랄까, 로 종종 등장하는 것이 삼치 데리아키 구이지. 삼치는 일단 발라 먹기도 쉽고, 가격도 나쁘지 않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생선 중 하나라서. 그리고 단짠의 정석이라 할 만한 데리아키 양념을 발라 구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맛을 내니까.


요즘은 마트에서 잘 손질한 삼치를 진공포장해서 파는 것도 많으니까, 그걸 하나 사 올까. 그리고 찬물에 잘 헹궈서, 녹말(감자전분)을 얇게 입혀주는 거지. 삼치가 포장돼 있던 비닐 있지, 거기에 전분을 한 스푼 정도 넣고 착착 흔들어서 입혀주는 게 제일 쉽긴 해.


그런 다음 얇게 저민 마늘과 양파 같은 향신채를 기름에 넣고 살짝 데워준 다음, 전분 입힌 삼치를 넣고 잘 구워주는 거지. 노릇노릇 예쁜 갈색이 될 때까지. 생선은 너무 자주 뒤집으면 살이 다 부서져 버리니까 최대한 덜 뒤집는 방향으로 구워보도록 하자.


이렇게 양면을 다 잘 구웠으면, 데리아키 양념을 넣고 약불에 잘 배어들도록 뒤집어가며 양념을 입혀주다가, 센 불로 올려서 바짝 졸여주면 끝이긴 해. 데리아키 소스는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직접 만들어 보면 좋겠다.

간장, 조청, 물, 청주, 그리고 혹시 있으면 생강즙 조금(아마 없겠지… 그럼 생략해도 돼). 비율은 차례로 3:2:1:1 정도로. 이건 어디까지나 비율이지, TS나 ts가 아니야! 꼭 기억해야 해.


엄마는 여기에 계란찜이랑 부드러운 맛을 가진 나물 같은 걸 곁들이는 걸 좋아하는데, 뭐 그때그때 냉장고에 있는 걸 꺼내는 게 최고 아니겠니. 미역에 양파를 새콤달콤하게 무친 초무침도 맛있을 것 같다.


데친 미나리와 양파채를 넣고 가볍게 무친 미나리나물도 맛있을 것 같고… 음식이란 게 사실 챙겨 먹자면 말도 못 하게 귀찮고 성가신 일이지만, 또 잘 차린 한 상으로 끼니를 채우고 나면 우울했던 기분을 끌어올리는 건 물론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마저 꽉꽉 채워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투덜이 스머프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는 꼭 이런 말을 덧붙이곤 하지. 나도, 누가 그렇게 좀 해주면 좋겠다… ε٩(๑> ₃ <)۶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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