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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나 Jan 31. 2022

앨범 하나를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

The Plot In You의 2018년 앨범, <DISPOSE>

프라이팬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부침개 뒤집듯, 내 음악 취향을 뒤집어버린 Wage war의 <Stich>와의 만남 이후, 매일같이 메탈 코어를 듣는다. 자주 접한 만큼 '좋아하는 노래/아티스트' 목록도 슬금슬금 길어졌다. 그래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메탈코어'를 계기로 만나게 된 앨범은 의외로 '괴성'의 농도가 낮다. 이번 글에서는 '메탈코어'라는 키워드를 계기로 만난 앨범 중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앨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The Plot In You의 <DISPOSE>는 2018년에 발매됐다. 2011년 첫 앨범을 시작으로 내 눈에 띈 이 작품은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이다. 타고난 '모범생'이 아니어서 2011년 첫 앨범부터 차근차근 들어 보진 않았다. 전작을 귀로 대충 훑어본 후 구글님께 물어봤다. 여러 웹페이지에서 읽은 내용에 의하면 초반에는 '그로울링/언클린 보컬'의 비중이 높은 음악을 추구해온 듯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DISPOSE>에서는 그들의 과거 행적을 찾아보기 힘들다.(그저 그런 제 감상입니다. 날카로운 분석도 비평도 아니에요)



거친 목소리가 연발하던 weekly discovery 플레이리스트에서 <DISPOSE>에 수록된 노래들은 '서정적인 쉼표'처럼 그 존재를 어필했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을뿐더러 멜로디도 딱 내 취향이어서 '쉼표' 같은 여유를 주는 그들의 노래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DISPOSE>아직까지 장르 용어로 이렇다 저렇다 말할 만큼 지식이 많지 않지만, 내가 자주 듣는 메탈 코어는 흔히 '멜로딕 메탈코어'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밑도 끝도 없는 내지르기가 아닌,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등등의 소리가 오밀조밀하게 엮인 음악. 초보자가 접근하기 딱 좋은, 데스 코어와 비교하면 '순한 맛'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The Plot In You의 <DISPOSE>는 순한 맛 안에서도 가장 순한 맛이랄까? 알싸하게 올라오는 매운맛의 향연 중에 '자극적인 맛'을 완벽히 제거해 깔끔한 뒷맛을 선사하는 부분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왜 밴드들의 사진은 죄다 이런 형식일까....???




언제부터인가 플레이 리스트 위주로 노래를 듣다 보니 앨범 하나를 통째로 드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중에 깔끔함에 이끌려 <DISPOSE>에 수록된 10곡을 순서대로 음미했다. (내 기준으로) 이렇게 버릴 게 없는  앨범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과한 그로울링이 없음에도 격한 감정과 절실함이 고스란히 베어 나오는 것이, 장르라는 틀 안에서 보았을 때 나름의 '절제의 미'를 '완벽히(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에서 선택한 단어/표현이다)'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지독히 끈질기게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니, 너란 장르가 눈물을 부르는 건 반칙이지 않니?


앨범 <DISPOSE>의 감상 이후 플레이리스트에 편중되었던 감상 생활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괜찮은 노래(혹은 아티스트)를 발견하면 그들의 최근 앨범을 쭈욱 들어보려고 한다. 긴 시간을 요하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듣다가 그만둔 적도 많다. 그래도 만든 이의 의도와 노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고 싶기에 이 도전을 계속해 볼 생각이다.


'앨범 쭈~욱 듣기'를 자극하고 독려한 아티스트가 또 한 명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렇게 글을 쓴 김에 오늘 또 The Plot In You의  <DISPOSE> N차 듣기를 해봐야겠다.





<DISPOSE>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ONE LAS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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