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집을 넘치도록 채웠으니 좀 더 쾌적한 생활을 위해 비우기도 필요했다. 그동안 제대로 버리지 못했던 쓰레기를 집 밖으로 보낼 시간이었다. 커다란 비닐이나 종이로 된 봉투가 생기면 그것을 휴지통 삼아 분리수거를 시작했다. 플라스틱, 비닐, 종이 그리고 캔 또는 유리를 분리수거 해놓고 꽉 차면 내다 버렸다. 이제야 이 일이 좀 수월해졌다.
그런데 이 작은 원룸 안에 물건이 어찌나 많은지 마치 땅굴을 파는 기분이 들 정도로 물건이 끊임없이 나왔다. 수납할 것이 많지 않음에도 어쩜 이리 알차게 쌓아놓았는지 이걸 다 가지고 사는 나도 참 대단했다.
구석구석 뒤져가며 발견한 물건 중에는 깨끗하고 멀쩡하지만, 나에게 쓰레기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었다.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쓰지 않는 액자, 집에선 번거롭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는 먹과 화선지, 공부를 위해 구입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보지 않는 그림책….
인터넷을 할 때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광고를 끊임없이 보았는데, 이참에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안 쓰는 액자나 연필 같은 것은 무료나눔을 하기도 하고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은 작은 가구는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 했다. 무료로 액자를 주고 뜻밖에 직접 기른 상추를 받기도 해서 세상이 아직 살만 하구나! 하고 정을 느끼기도 했다.
많이 비워낸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가벼워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일기에 이것저것 비워낸 이야기가 등장하자 원장님은 조금 놀라는 듯했다.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 나는 정리정돈을 전혀 하지 못했고, 꽤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것은 내게 큰 변화임에 틀림없었나 보다.
그리고 최근에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쓰레기를 탐구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멤버들끼리 잘 맞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덕분에 의류 리사이클링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름하여 옷장연대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손이 잘 가지 않는 잠자고 있는 옷을 한데 모아 서로의 옷장 역사를 나누고 의류교환을 하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옷장을 비우기 위해 행거와 박스를 뒤져가며 골라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의 옷이 나왔다. 족히 30벌은 넘게 나온 것 같았다. 혼자는 다 들고 가지 못할 정도로 옷이 쌓이는 걸 보면서 이렇게나 소비했다고 자책하기보다 지금이라도 버릴 결심을 한 나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지는 마음이 컸다.
그 가운데 행사 당일, 작은 이벤트로 준비한 경매 진행을 내가 맡게 되면서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