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새 가구를 샀어

by 노바써니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2019년의 봄을 맞았다. 그리고 봄이 온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들뜨게 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서른셋에 처음 만든 신용카드로 공기청정기를 질러버렸다. 큰맘 먹고 5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집에 새하얀 공기청정기를 들인다고 생각하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집이 당장 멋진 홈오피스가 될 것만 같았다.


없어서 불편한데도 참고 있던 믹서기와 전기포트도 샀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너무 좋았다. 진작 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질이 사소한 것에서 아주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구’를 샀다. 처음 독립을 시작할 땐 저렴한 MDF 조립식 가구를 샀는데, 그 뒤로 5년 만에 가구를 샀다! 거창하고 비싼 걸 산 것은 아니었다. 원룸살이는 가구와 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들어서 그동안 뭐가 필요해도 사지 않고 참기만 했는데, 이 공간 안에서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가구를 샀다.

접이식 원형 테이블과 의자를 사고, 수납을 할 수 있는 트롤리도 3개나 샀다.

처음엔 조립식 가구만 생각했는데 접이식 가구를 써보니 원룸살이에는 접이식 가구가 훨씬 유용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성능이 좋은 건 아니지만 제일 필요했던 잉크젯 프린터도 샀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그렇지 않지만, 이렇게 글자로 프린터, 공기청정기, 전기포트, 테이블, 의자를 나열해두니 제법 그럴싸한 홈오피스를 구축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하얗고 깨끗한 오피스텔도 아니고 현실은 옥색 벽지에 체리색 몰딩이 더해진 촌스럽고 좁은 방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것들로 다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원룸이 자동연장계약 상태이기 때문에 계약종료일이 없어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었다. 묘하게 거기서 안정감을 느꼈다. 이사를 하네 마네 하는 동안 끊임없이 흔들리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진정 되어가는 것 같았다.


어쨌든 월세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내는 한 203호는 나에게 ‘집’이니까. 마음을 놓아도 괜찮은 나만의 장소가 바로 여기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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