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푸석한 이파리

by 노바써니

한편 작년 여름, 꼼지언니로부터 스파티필름이라는 녀석을 선물 받았다. 음지식물이라 그런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원룸 안에서도 비교적 잘 자랐다. 새 잎을 보여줄 때는 어찌나 기특하던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필름이 잎에서 광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기 없는 푸석푸석한 이파리에는 전에 없던 하얀 가루들도 보였다. 물로 닦으면 없어지는 건가 싶어서 닦아보기도 했지만 없어지지 않았다. 걱정이 되어 검색을 해보니 흰가루병 같은 것에 걸린 듯했다.


그럼에도 새 잎을 보여줄 만큼 잘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필름이가 우리 집에 온 지 9개월이 지나가는데도 흰가루병은 여전했다. 그때부터는 괜찮지가 않았다. 물도 신경 써서 주고 반그늘을 좋아한다고 해서 적당히 빛을 쪼여주기도 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물도 햇빛도 적당한데,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생각지 못했던 단어가 떠올랐다.


환기! 참, 환기도 필요하지! 싶어서 바람이 통하는 곳에 화분을 놓아두었다. 그랬더니 전부는 아니지만 흰가루병이 조금 완화되는 게 보였다. 그랬구나, 이게 필요했구나! 원인을 발견한 것 같아서 기쁜 것도 잠시.

화분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가 살기에도 이렇게나 답답한 공간이었다면, 나에게는 오죽할까?!’


아차 싶었다. 내가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괴로워졌다. 그래서 단순히 방 안이 예쁜 것보다도 온도, 습도 등이 얼마나 쾌적한지를 체크하게 되었다. 그런데 환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자마자 이번에는 대기 상태가 말썽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베란다 문을 열 수 없는 날이 점점 느는데 어찌나 마음이 초조하던지. 그전까지는 잘만 지냈으면서 자각을 하고 나니 창문을 열 수 없는 날, 방 안에서 부쩍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 얼마나 웃픈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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