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건 203호에 살기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보통 원룸의 월세 계약이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이사를 하고도 남을 시점이었다. 동네를 옮겨볼까 하는 생각에 신문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해보았다. 203호 근처의 다른 집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지만, 싱크대에서 악취가 나거나 화장실이 너무 좁았다. 203호보다 나은 조건의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2~3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졌다. 결국 대안을 찾지 못하고 1년을 자동계약했다.
자동계약 2년째였던 작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거주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아예 다른 도시나 시골로 이주할 생각은 없냐고 손을 내미는 지인들도 있었다. 땅을 가진 지인은 자기 땅에 목조주택이라도 지어서 함께 예술마을을 만들어 사는 건 어떠냐고 간단하게 도면을 그려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새로운 희망이 퐁퐁 솟아나는 것 같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충분한 자금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함께 산다는 건 내게 아직, 물거품처럼 느껴졌다. 잡고 싶지만 잡으려고 노력할수록 사라져 버리는.
번잡한 도시는 싫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찌감치 한적한 곳에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읍내의 매물을 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골이니까 월세가 싸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오히려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월세는 비싸고 방은 더 좁았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현실이 그랬다.
더구나 이사를 고민했던 타지의 한 동네는 행정 구역 상 ‘동’에 속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편의점도 슈퍼도 약국도 병원도 공원도. 그냥 허허벌판과 산이 있을 뿐. 그곳은 심지어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LPG 가스통을 구입해서 써야 한다고. 오마이갓!
내가 정말 그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심각하게 한 달 가까이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소도시가 주는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었다.
비교적 소음이 적은 동네 / 도보 5분 이내 식당과 카페, 빵집, 다있소 위치 / 도보 5분 이내 버스정류장 위치 / 도보 15분 이내 대형마트 위치 / 도보 20분 이내 정신과, 내과, 치과, 피부과, 약국 위치
차도 면허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내부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리적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 상가가 들어오면서 입지가 더 좋아지고 있었다. 이 근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신축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 월세를 2~3만 원 정도 더 부담해야 하는 곳들이 많다는 것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203호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203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