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를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원장님이 물어보셨다.
“어때요? 요즘 같은 정도면 약 먹을만해요?”
처음에는 그랬다. 약간이나마 우울하지 않은 척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생기니 좋았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다.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한 지 3년이 되니 이제는 약을 그만 먹고 싶다. 이대로 충분히 괜찮은 것 같은데 계속 약을 먹는 게 좋은 건지 걱정이 되기도 했고, 감기에 걸려도 일주일을 앓아눕는 쪽을 택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매일 약을 챙겨 먹는 것도 귀찮았다. 쌓여가는 약봉지를 보는 것도 이제 신물이 났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한 지 2년쯤 지났을 때 약을 줄이다가 몇 달 간 약을 먹지 않았다. 물론 원장님
이 상태를 보고 결정해주셨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무리하거나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낄 때가 문제였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싶으면 바로 잠자는 시간이 늘어나고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어졌다. 길을 걷는데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도 때때로 심해지곤 했다. 그래서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약을 먹게 되었다.
약을 그만 먹을 수 있다면 그만 먹고 싶다. 약을 끊는 것이야말로 우울증이 다 나았다는 반증일 것 같아서. 3년이나 치료했으면, 이만하면, 완치될 때가 된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완치에 대한 내 기대감이 썩 괜찮은 지금을 실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걸까?
우습게도 우울이 심할 때는 약봉지를 뜯어 물과 함께 삼키는 행동 자체가 어려워진다. 의지와 상관없이. 그래서 아직도 우울이 너무 심한 날은 그저 침대에 누워 녀석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조금 나아진 후에야 약을 먹는다. 매일 밤 삼키는 3개의 알약,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