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이제 안녕

by 노바써니

첫 진료를 마치고 일주일 치 약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아껴 먹느라 남겨두었던 과실주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매일 약을 먹으려면 당분간 저 녀석을 먹을 수 없을 텐데….’하는 우습지만 진지한 생각이 스쳤다.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야!’라고 다짐하고 녀석을 먹어치웠다. 5% 정도 되는 도수였기에 취하지는 않았지만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서 자기 전에 처방받은 항우울제를 처음으로 삼켰다.


다음날 아침, 머리가 아팠다. 숙취가 생길 정도로 마신 것도 아닌데 이상했다. 항우울제가 나랑 잘 맞지 않는 걸까? 항우울제를 먹으면 원래 이러는 건가? 걱정이 되어서 다음 진료일만 기다렸다. 일주일 만에 원장님을 만나 물어보니 약 때문일 리는 없다고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하며 원장님도 갸우뚱한 얼굴로 몇 가지를 내게 물었다.


알고 보니 술이 문제였다. 둘 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약을 먹는 동안에는 술을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날 먹지 않았으면 언제까지고 못 먹을까 봐 술을 마셨다는 내 대답에 원장님은 실소를 터트렸다. 아, 그렇구나. 항우울제를 먹는다는 건 이런 거구나. 술을 즐겨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먹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니 괜히 아쉽게 느껴졌다. 어쨌든 가급적 술은 안 마시는 걸로.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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