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어느 날, 우울증 치료를 먼저 시작한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동생은 최근 우울증 치료를 시작했다며 나에게도 겁내지 말고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이야기를 듣고도 며칠을 망설이긴 했지만, 가까운 사람이 우울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건 내게 하나의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녀의 조언대로 먼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해서 상담 가능한 날짜를 예약했다. 사실 나는 이 단계에서부터 주저앉을 뻔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예약’때문이었다. 내가 간신히 치료를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화를 한 날로부터 일주일 넘게 기다린 끝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하루하루가 평소보다 더 괴로웠다. 기다리는 동안 초조함만 커져서 짜증만 났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채로 지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한 날, 약속한 시간에 센터로 향했다.
센터장님에게 40분 정도 펑펑 울면서 지나온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중간중간 메모를 하며 내 이야기를 듣던 센터장님은 기분저하증으로 판단된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센터 직원으로부터 정신건강의학과 리스트를 받았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고, 상호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딱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 예약을 잡는 건 센터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는데, 대략 2주 정도 기다린 끝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원장님을 만나서 최근 센터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고, 지난 2주 동안의 심리상태를 되돌아보는 설문지를 몇 가지 작성했다.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된 것 문항을 모두 작성하는데 10~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설문지를 다 작성한 후에 다시 원장님과 대면하여 20분 정도 짧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도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펑펑 울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나의 경우 신체적인 통증까지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반응검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검사 결과,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리듬이 무너진 상태로 정상적인 상태의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내 고통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