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

by 노바써니

결국 탈출 시도는 해보았으나 탈출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힘이 아직 203호를 나갈 때가 되지 않았다고 확인시키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 무렵 지난 1년 동안 우연한 기회에 무상임대로 방 한 칸을 빌려 사용했던 작업실에서도 갑자기 나오게 되었다.

집에서 출퇴근 시간만 2시간 걸리는 데다 가파른 돌 언덕을 거의 기어가다시피 올라가야 하는 탓에 잘 가지 않았더니 건물주가 나를 밀어내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국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고 작업실에 있던 모든 짐을 원룸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탓에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작업공간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내 공간을 가진다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짐이 불어난 집안은 혼돈 그 자체였다. 짐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할 만큼 비좁아지고, 내가 공간에 맞추어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집도 월세가 나가는데 작업실을 따로 얻자니 부담이 가중되어 상가주택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상가주택은 대부분 건물주가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아 임대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간혹 매물로 나온 게 있다고 해도 내게는 넘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벽이었기에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랬다. 어차피 이곳을 당장 떠날 수 없고 새로운 공간을 더 얻을 수도 없었다. 돈 때문에 어디 나가기도 부담스럽다면 결국 이 공간 안에서 행복해야 했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행복해질까?


다행히 주방은 분리가 되어있는 구조여서 방 안에 짐을 둘러보니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었다.

주거의 영역에 들어가는 옷가지와 침대, 그리고 작업의 영역에 들어가는 컴퓨터 책상과 책들, 각종 화구들. 문제는 짐이 쓰임새에 따라 분리되지 못하고 혼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공간 활용도도 높아지고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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