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단독주택에서 다시 시내권 아파트로 나와 살게 되었을 때였다. 처음으로 계단식 아파트에 살게 되었는데, 부모님은 풍수지리상 현관 바로 옆방을 쓰는 아이의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말로 둘러대며 나에게 그 방을 주었다. 동생은 안쪽 방을 썼는데, 도배와 장판을 전부 새로 해서 굉장히 깨끗했다. 주방과 거실, 안방도 허름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내 방은 두꺼운 장판이 얇디얇게 바싹 말라 손대지 않아도 바스러질 정도로 허름한 티가 났다. 덕분에 방바닥 절반 가까이 장판이 벗겨지고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방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시멘트에 노출된 채로 맨발로 생활해야 했고, 침대도 없이 방바닥에 누워서 잠을 잤다. 나의 십대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인테리어는커녕 쾌적함조차 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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