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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0. 2021

내가 먹을 건 없어

나는 좋아하는 것을 아껴두었다가 가장 마지막에 먹는 타입이다. 하지만 가족 중 누구도 그런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동생은 1L나 되는 우유를 매일같이 비워버렸다. 덕분에 나는 빈 우유갑만 구경할 뿐, 가족들과 사는 동안 잔에 가득 찬 우유를 제대로 마셔본 적이 몇 번 없다.     


어디 우유뿐이랴. 탄산음료는 물론, 수박까지도 동생이 좋아하는 것은 전부 내가 먹을 수 없었다. 동생이 먹고 나면 내 몫은 남아있지 않았고, 누구도 그것을 채워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그렇게 되었다.     


자취를 시작하고 장을 볼 때마다 나는 비교적 저렴하거나 세일 중인 상품 위주로 구입했다. 내가 음식을 소비하는 것조차 지금 먹고 싶은 것이나 취향이 아니라 ‘가격’이 최우선 순위가 될 만큼,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먹어도 괜찮다는 사실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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