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 두 번째로 핸드폰을 바꾸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안 모르고 있던 아빠의 문자를 다시 받게 되었다. 아빠는 그날 일에 대해 내가 한 말은 잊은 거냐고, 나는 그날 이후로 가족에 대한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고 화가 난 채로 답장을 보냈다. 내가 쏘아붙인 말은 몇 천 배, 몇 만 배가 되어 돌아왔다.
‘네가 맞을만하니까 그랬겠지. 너도 알다시피 걔가 어디 그럴 애냐.’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일관되게 회피하던 아빠의 입장은 그런 거였구나. 나는 맞아도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아빠는 늘 내게 화풀이를 하고, 나를 억압하고 내 상처를 모른 척했던 걸까?
아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도 잠시. 차라리 감사하다. 그동안 스스로를 패륜아라고 생각하며 나는 늘 어깨가 굽은 채로 당당하지 못했다. 내가 스스로 가족을 버렸으니까.
그런데 저 한마디로 아빠는 내게 명분을 주었다. 나는 맞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고, 맞을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그게 설령 피붙이라도 내게 쓸모가 없다.
얼굴을 보지 않음에도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이어지는 가족관계와 갈등을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끊으리라. 나 스스로 붙여둔 패륜아라는 딱지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