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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9. 2021

완전한 단절을 원해

2019년 현재, 내 인생에서 한순간 엄마가 사라진 지 16년 차. 아빠와 동생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혼자 살기 시작한 지 6년 차가 되었다.

네 식구의 구성원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가족 모두의 얼굴을 보지 않은 지도 5년을 꽉 채워 6년이 되어간다.     


내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로부터 느닷없이 오는 연락보다도 정부에서 날아오는 서류다. 그 서류 앞에서 나는 늘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과거로 소환 당해 하염없이 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되어버린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주민등록등본’이라는 서류 앞에서 나는 무릎이 꺾이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만나지 않아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심지어 내가 더 이상 가족 모두의 연락처를 기억하지 않고 기록해두지 않았어도 정부는 나를 찾아내어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후벼 파고들어 책임을 지게 만들고 있다.     


아빠로부터 내가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말을 들은 이후로 나는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끊으리라 마음먹었지만, 주변에서 말하길 부모가 죽으면 상속세 문제로 정부에서 또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대체 어디까지 남아 있는 걸까, 이 거지 같은 관계는.     


내가 가족관계를 마음으로 끊어내고 관계의 지속을 실제로 끊어낸 순간부터 법적인 가족관계도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여성의 집에서 지냈다는 사실이 가끔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나는 그 기억을 새카맣게 잊고 지내곤 하지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집안에서 칼부림이 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즈음 실제로 인터넷에 집안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을 다룬 기사들이 자주 올라왔고, 내 분노와 우울이 극에 달했을 때여서 칼을 뽑아드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스트레스에 약한 내 기질을 생각하면 그런 일을 실제로 만들지 않았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언젠가 ‘독립생활을 주제로 책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며 끄적일 때가 있었다. 일기장에도 몇 번이고 썼던 문장으로 책을 시작하고 싶었다. 김구 선생님의 말을 빌려 썼던 그 문장.     


“나의 소원은 첫째도 독립이요, 둘째도 독립이요, 셋째도 자주독립이다!”     


나는 아직도 가족으로부터 온전한 독립과 완전한 단절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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