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를 처음 만난 것은 1부 리그 꼴지 팀의 감독으로 일하던 때였다. 선수들은 경험도 실력도 부족했고, 훈련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휠체어 위에서 공과 함께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졌다. 속도와 손놀림, 집중력 모두 내 눈을 사로잡았다. 동시에 ‘내가 이 팀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마음을 스쳤다.
첫 훈련 날, 선수들은 드리블과 방향 전환이 서툴러 공을 놓치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다. 나는 감독으로서 지시와 격려를 동시에 해야 했다. 작은 실수에도 “괜찮아요, 다시 해보자”라고 말하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살폈다. 그 순간, 훈련장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믿는 법을 배우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특히 패스 훈련은 잊을 수 없다. 한 선수가 공을 놓쳤을 때, 뒤에 있던 팀원이 몸을 날려 공을 살리는 장면을 보았다. 그 짧은 순간, 팀워크와 집중력이 경기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감독으로서 나는 단순히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과 호흡까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은 픽앤롤 훈련에서도 이어졌다. 한 선수가 스크린을 걸고, 다른 선수가 그 공간을 활용해 공을 받는 훈련이었다. 처음에는 타이밍과 위치가 맞지 않아 실수도 많았지만, 내가 “스크린과 패스 타이밍을 미리 계산하고 움직여보자”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선수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눈빛과 휠체어 위치만으로 이해하며 공을 이어 나갔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서 팀워크가 살아났고, 그 순간 나는 선수들이 서로를 믿고 호흡할 때 만들어지는 힘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낯선 경험은 흥분과 몰입으로 바뀌었다. 휠체어 위에서 속도를 내고, 공을 주고받으며, 팀이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작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될 때마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쌓이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독으로서 가장 큰 보상이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지금, 나는 국가대표 휠체어농구팀의 코치가 되었다. 한때 꼴지 팀에서 경험했던 혼란과 작은 성취의 순간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 훈련장 안에서 선수들이 서로 호흡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때의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디딤돌이었음을 느낀다.
이제 휠체어농구는 단순한 ‘장애인 스포츠’가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면서도, 나와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처음 마주했던 낯섦과 어려움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그 속에서 흐르는 작은 변화와 순간의 성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낯선 세계 속에서도, 두려움 속에서도 움직이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을 온전히 마주한 사람만이 성장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휠체어농구는 나에게 바로 그 순간을 처음 알려준 무대였다. 바퀴 위로 뻗는 속도, 공을 주고받는 긴장, 팀과 함께 숨 쉬는 순간의 떨림 그 모든 것이 아직도 마음 한 켠에서 여운처럼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