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는 경기장 밖이나 경기하지 않을 때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가장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는 당연히 경기하는 동안이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한 말이다.
스포츠든 조직이든 동기부여는 필요하다. 농구 종목도 마찬가지다. 농구에서 동기부여가 가장 필요할 때는 경기 중 작전타임을 부를 때다.
얼마 전 잘츠부르크 FC와 리버풀 간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었다. 이 경기는 경기 결과보다 다른 측면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바로 전반전이 끝나고 1-3으로 지고 있던 잘츠부르크 제시 마치 감독이 라커룸에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장면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제시 마치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위해 강하게 비판하였다.
“전반전에 우리 파울 몇 개 했지?”
“2개 정도 한 것 같습니다.”
“2개라….”
“이게 무슨 친선 경기 뛰는 줄 알아? 이건 챔피언스리그라고. 몸으로 좀 더 힘들게 부딪히고 물고 늘어져도 모자랄 판에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리버풀한테 ‘존경합니다.’ 하려고 나왔니? 왜 이렇게 어려워하는데?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구는데? 상대 팀 존중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말이야…. 재들처럼 폼 나게 뛰려고 온 게 아니라 시합하러 온 거라고 말이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거라고. 자신감을 갖고 승리하겠다는 의지! 의지를 가지란 말이야! 이제 우리 차례야, 재들한테 보여주라고!”
제시 마치 감독의 동기부여는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었다. 1-3이었던 점수는 후반전에 2골을 더 따라붙어 점수를 3-3까지 만들었다. 홈 팀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의 눈동자가 몹시 흔들렸다. 두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잘츠부르크 FC는 리버풀에게 3-4로 아쉽게 지고 말았다.
스포츠 경기에서 작전타임은 선수에게 최고의 동기부여 시간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타이밍에 타임아웃을 요청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얼마 전 전국 휠체어농구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 1․2위 팀만 준결승에 올라갈 수 있다. 우리 팀은 2연승을 달리고 있었고 이제 마지막 한 경기만 남아있었다.
마지막 경기 전날 선수들과 함께 미팅을 하였다. 미팅에서 다음 경기에 뛸 스타팅 멤버 발표와 그 선수가 왜 먼저 뛰는지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프라인에 전 날 발표한 스타팅 멤버 5명이 섰다. 점프볼로 경기는 시작됐다. 1분 30초가 지나도록 우리 팀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점수는 0-6이라 나는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시간은 5분이 지났다. 점수는 2-10. 바로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의 흐름을 끊으려고 했다. 한 번 무너진 흐름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실책에 팀워크는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6-15로 2 쿼터가 종료됐다. 선수 모두는 고개를 숙이며 벤치로 들어왔다. 고개 숙인 선수를 바라보며 모이라고 지시했다.
“다 눈 감으세요. 지금부터 전반전에 내가 했던 플레이를 떠올려 봅니다. 잘한 플레이, 잘못한 플레이. 다들 생각하고 있나요? 3 쿼터부터는 잘못한 플레이는 잊고 내가 잘했던 플레이만 하는 겁니다. 바로 내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 그것만 하면 됩니다. 아시겠죠?”
선수들은 다 같이 하나의 원을 만들어 서로 상대방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하나 둘 셋 휠스파워 파이팅”
선수들은 파이팅과 함께 코트로 들어갔다. 볼은 매끄럽게 돌아갔다. 한 점 한 점 따라갔다. 삐거덕 거리는 팀워크가 점점 좋아져 팀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코트 안에서도, 코트 밖에서도 선수들은 하나가 된 것처럼 소리(토킹) 지르기 시작했다. 하나가 된 우리 팀은 공격도, 수비도 공격적으로 했다.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상대팀의 팀워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승리의 여신이 상대 팀에서 우리 팀으로 넘어와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팀은 Y팀을 43-21로 이겼다.
스포츠나 조직이나 리더가 적재적소에 동기부여를 못해주면 선수나 조직원은 의욕이 사라진다.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고 싶다면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10월 14일 자 [스포츠한국]에서 이재호 기자는 이천수 “‘동기부여’가 감독 최고 덕목… 내 축구 보여주고파”라는 기사에서 이천수 선수는 [감독의 덕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지도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느냐 라고 봐요. 히딩크 감독님은 정말 제가 축구를 하고 싶은 생각을 머리끝까지 올려줬었거든요. 현실적으로 K리그 지도자라면 선수에게 50만 원이라도 더 챙겨줄 수 있다면 선수들이 최고로 여길 거예요. 훈련이나 지도법은 바꾸기 쉽지 않아요. 개인만의 스탭이나 능력이 있는데 그걸 바꾸려 하기보다 경기장에 나갈 때 선수의 상태를 100%에 가깝게 내보낼 수 있냐 없냐가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거죠.”
이천수 선수는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동기부여를 뽑았다. 맞는 말이다.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 조직원들 각자에게 맞는 동기를 적절하게 부여해 선수들의 마음에 열정의 불을 지피어야 한다.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은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상황에 따라 동기를 부여하는 편이다.
선수 교체를 통해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하고, 작전타임을 요청해 나는 개입하지 않고 선수들끼리 대화를 통해 동기를 부여해 주기도 하고, 때론 화를 내거나 아님 어록을 통해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최태웅 감독은 어록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그의 작전타임은 마치 명언 집을 보는 듯해서 배구 팬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지기까지 한다고 한다.
최태웅 감독의 대표적인 어록은 다음과 같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너희를 응원한다.”
“못하는 것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다르다.”
“사인을 안 하면 하기 싫은 것처럼 보이잖아”
“억지로 밝게 하려고 하지 마. 소신을 갖고 해야지. 웃는다고 다 밝게 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너네 지금 10연승 한 팀이야. 10연승. 자부심을 갖고 해”
최태웅 감독은 어록을 통해 선수를 웃게 해 주고 에너지를 복 돋아주는 타입이다.
감독마다 작전타임을 요청해 동기를 부여하는 스타일은 다르다. 그러나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은 매한가지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점검해봐야 한다.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는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한 조직의 리더라면 조직원 개개인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맞는 동기를 부여할 줄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