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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윤 Dec 04. 2019

반쪽짜리 선수는 코트에 설 수 없다

                             관중들은 드리블, 수비가 아니라 골을 넣는 걸 보려고 돈을 낸다 - 딕 바이텔 박사


 국내 농구를 보면 자주 목격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A선수가 좌측 45도에서 수비를 드리블 두 번으로 가볍게 따돌리고 중앙 자유투 라인까지 치고 들어간다. 수비하던 빅맨이 부랴부랴 막으러 나온다. 똑똑한 A선수는 우측 45도에 있는 B선에게 패스한다. 볼을 잡은 B선수는 고개를 들어 림을 바라보며 코너에 있는 C선수에게 보지도 않고 패스를 한다. 완벽한 오픈 찬스다. 벤치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선수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림으로 날아가 ‘철썩’하는 소리만 들리면 된다.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간결하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전술이다. 몇 초가 지났다. ‘철썩’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C선수는 3점 슛을 쏠까 말까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더니 안으로 드리블 두 번 치고 2점 슛을 쏘았다. 흐름은 끊겼다. C선수의 정확한 슛 타이밍도 아니었다. ‘퉁…’ 노골이다. 벤치에 있던 감독은 반대편 골대로 몸을 돌려 깊은 한 숨을 쉬며 땅만 쳐다본다. TV에서는 안타까운 해설자의 목소리만 나올 뿐이다.


 “왜 안 던졌을 까요? 완벽한 찬스데…”


 국내 남녀 초․중․고․대뿐만 아니라 프로농구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우리 팀도 이런 장면을 시합 때마다 연출한다.


 전국 휠체어농구대회 결승전이었다. 우리 팀은 부상으로 주전 한 명이 빠졌다. 그래도 올해 상대 전적 2전 2승이라 상대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상대팀은 1 쿼터부터 우리 팀 주득점원인 K 선수를 두 명이서 전담 마크했다. 상대 팀 선수 한 명을 과감하게 버린 전술이었다. 5대 4 게임이라 수적으로 우리 팀이 우세하였다. 2분이 지났다. 점수는 10대 2로 우리 팀이 지고 있다. 우리 팀 선수 네 명 전부가 남자 프로농구를 보는 것처럼 용병에게 볼이 가면 네 명의 선수가 볼을 받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용병만 바라보듯 전부 K 선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타임을 불러 작전 지시를 내렸다.


 “K 선수에게 두 명의 수비가 마크하고 있다. 이는  네 명의 선수 중 한 명은 수비가 없다는 거야. 공격할 때 코트를 넓게 활용하고 K 선수가 볼을 잡으면 K 선수 쪽으로 가지 말고 골대 쪽으로 커팅해야 해.”


 작전을 지시한 대로 선수들은 잘 움직였다. 골대를 향해 컷을 했다.  K 선수는 컷을 하는 선수에게 패스를 했다. 완벽한 노마크 찬스다. 손에서 공만 떨어지면 된다. 흐름상 무조건 골이다. 공이 들어가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이 박스아웃을 했기에 리바운드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 선수는 슛을 던지지 않고 머뭇머뭇거렸다. 난 그 선수를 바라보고 슛을 던지라고 몇 번이나 슛 모션을 취했다. 그 선수는 고민 끝에 슛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슛 찬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24초를 모두 허비했기에 슛도 던져보지 못하고 공을 상대 팀에게 넘겨주었다. 이런 장면들이 3 쿼터까지 계속되었다. 4 쿼터 돼서야 선수들이 슛을 던지지 시작했다. 우리 팀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상대 팀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 결국 큰 점수 차로 지고 말았다.


 선수는 시합에서 슛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수비자가 3점 라인 밖으로 나와 공간이 생겨 공격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선수들은 슛을 던지지 않는다. 슛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이 없는 선수들은 슛을 던지기 전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슛을 던지지 못한다. 그래서 슛을 던지기 전에 망설이는 것이다. 그럼 슛에 대해 자신감을 향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연습량을 늘리는 것이다. 연습은 자신감과 연결된다. 내가 얼마만큼 슛 연습을 했느냐에 따라 슛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 삼성 썬더스 이규섭 코치는 점프볼 고종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신감은 연습량과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올바른 방법으로 훈련했다는 가정 하에 말이죠. 연습량이 충분하다고 느끼면 ‘아.. 이 정도로 연습했으니까 슛이 잘 들어갈 것이다’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코트에서 보여지는 자신감이 바로 이런 부분이죠.”


 나도 그랬다. 슛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시간 나는 대로 슛 연습을 했다. 어느 정도로 슛 연습을 했냐면. 우리 집 담 바로 앞에는 전봇대가 하나 있다. 그 전봇대에 농구 림만 설치하여 슛 연습을 하였다. 도로 가로 폭이 워낙 좁아 코너 슛 연습밖에 못했지만 말이다. 그 정도로 나는 슛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 위해 매일 슛 연습을 했다.


 둘째 슛 찬스지 아닌지 몰라서다. 시합을 끝내고 선수들과 회의를 하면 선수들은 대부분 “언제 슛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골에 대한 해결 능력이 부족해서다. 우리는 한 골을 넣기 위해 약속된 플레이를 한다. 약속된 플레이에서 본인 차례도 아닌데 오픈 찬스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슛을 던져야 한다. 계속 던져봐야 슛 타이밍이 언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패스는 무조건 던져야 한다. 볼이 골대 쪽에 있었다는 건 수비가 안쪽으로 몰렸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볼은 무조건 던져야 하는 것이다.

 슛은 많이 던져 봐야 한다. 그래야 슛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슛에 대한 타이밍도 알 수 있다. 공격하는 선수가 슛이 없으면 수비는 슛이 없는 선수를 버리고 다른 수비하는 선수를 도와주게 된다. 그러면 공간은 더 좁아져 공격하기가 어렵다. 공간을 넓게 사용하려면 선수는 언제 어디서든 슛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대학교 때까지 슛이 없던 주희정 선수는 농구전문 손대범 기자의 저서『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농구전술』에서 슛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때 저 완전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반쪽 선수다.’ ‘떨어져서 수비해도 된다.’라는 말들이 자주 들려왔죠. 어릴 때는 수비가 떨어져도 신경을 안 썼어요. 그때는 힘도 좋았고, 빨리 돌파해서 레이업을 해도 되니까 무서울 게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안 되더라고요. 상대가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한창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다가 한 자리로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2004-05 시즌, 8.8 득점). 그때 충격 많이 받았죠. ‘아, 슛도 있어야겠구나.’ 자극을 받았죠. 언론과 팬들의 놀림감이 되는 것도 싫었고요. 그걸 이겨보려고 미친 듯이 연습했어요.”


 대학교 때까지 슛이 없던 주희정 선수도 슛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슛은 농구선수에 꼭 필요한 존재다. 주희정 선수는 슛 확률을 높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코치 선생님을 밤마다 체육관으로 불러내 본인의 슛 자세를 수정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주희정 선수는 슛을 갖춘 농구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다.  


 “내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3점 슛을 연습하는 것은 마치 아침에 일어나서 주스를 마시고, 출근길에 재미없는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풍선껌을 씹는 것과 같은 습관이었다. 20개의 슛에 던져서 하나도 골로 연결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승리가 걸려있는 순간에 볼이 제 손에 있으면 됩니다. 그런 상황에 제가 아닌 다른 선수가 슛을 던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농구를 그만둘 것입니다.”


 NBA 농구선수 레지 밀러가 한 말이다. 슛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승리가 걸려있는 순간에 본인이 꼭 슛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을까? 농구선수라면 슛에 대한 자신감은 저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슛이 들어가지 않을 것도 자신감 때문에 슛이 들어가게 된다. 슛은 던지지 않으면 골인지 노골인지 아무도 모른다. 던져야 골인지 노골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감 있게 슛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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