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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윤 Jan 17. 2020

행동에 책임을 진다

사진 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

감독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런 걸 두려워하면 감독이 아니다.-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 염경엽


 “진정한 리더는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절대 실수를 감추지 않는다. 최고의 교훈은 실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피스크가 한 말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 진정한 리더가 되려면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제18회 우정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농구대회 4강전에서 우리 팀은 3년 만에 D팀을 59대 45로 이겼다. 선수 모두 승리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Y선수만 표정이 어두웠다. Y선수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디 아프십니까?” Y선수는 나를 안심시키듯 “별거 아니야 엉덩이에 상처가 좀 난 거 같아서….”라고 얼버무리듯 말했다.

 씻기 위해 선수 모두 숙소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Y선수를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번 물었다. “엉덩이는 어떠세요?”  “반창고 붙였고 얼음찜질 1~2시간 하면 괜찮을 거야.” “내일 시합 걱정하지 마.”라고 손을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내게 말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선수 모두 숙소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나는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예선전부터 준결승까지 총 3게임을 연속으로 뛰었다. 선수 모두 온몸에 상처로 컨디션이 밑바닥까지 치달았다. 이런 와중에 우리 팀 주축인 Y선수까지 다쳤으니 완전 대략 난감이었다. 이날 밤 나는 선수 기용 문제와 전술을 밤새 분석했다. 밤새 분석했는데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식사 시간이 되어 숙소 앞에 다들 모였다. 나는 선수 하나하나 얼굴을 보았다. 한 사람만 빼고 다들 피곤한 기색은 보였으나 표정은 밝았다. 나는 표정이 어두운 Y선수에게 다가가지도 엉덩이에 대해 묻지도 못했다. 혹시나 엉덩이 상태가 좋지 않아 게임을 못 뛴다.라고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다.


 결승전 시간이 다 되었다. 고민 고민하다 결국 게임을 뛸 명단에 Y선수를 체크했다. 센터서클(코트 중앙의 원)에서 점프 볼로 경기는 시작했다. U팀이 먼저 공격했다. U팀은 센터를 이용해 골을 노렸다. 나는 우리 팀 센터가 상대팀 센터보다 키가 작아 센터로 공격할 것을 예측했다. 그래서 드롭 존(변칙 수비) 수비를 휠체어 농구에 맞게 변형시켜 수비 전술을 펼쳤다. 센터는 쉽게 골을 넣지 못하였다. 그렇게 우리 팀이 시합에 이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U팀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1 쿼터 내내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시소게임을 했다. 2 쿼터 부저 소리와 함께 상대 팀이 골을 넣는 순간 그때부터 우리 팀은 상대 팀에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문제는 Y선수였다. 엉덩이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손쉬운 노마크 레이-업 슛도 놓치고 스피드도 느렸다. 나는 우리 팀 벤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투입할 선수가 없었다. 작전 타임을 불렀다. 감독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Y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것뿐이었다.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코트로 들어갔다. 휴식을 취해서일까 지금까지 골을 넣지 못한 Y선수는 미들 슛을 성공시켰다. 그때부터 서서히 분위기는 우리 쪽으로 다시 기울어졌다. 분위기를 탄 선수들은 차곡차곡 골을 넣었다. 그러더니 결국 벌어졌던 점수를 따라잡았다. 우리 팀은 2 쿼터를 30:29로 역전하여 게임을 마쳤다. 승기를 잡은 우리 팀은 3 쿼터부터 펄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62:43으로 U팀을 이겼다. 3년 만에 제18회 우정 사업본부장배 전국 휠체어농구대회(2부) 정상에 우뚝 섰다. 선수 모두 승리에 취해 웃고 떠들었다. Y선수만 표정이 어두웠다. Y선수는 “병원을 가야 될 것 같아 먼저 갈게”라며 내게 말했다.


 다음 날 Y선수에게 전화를 하였다. “형님 엉덩이는 좀 어떠십니까?” “아직 붓기가 가라 않지 않아서 붓기 가라 않는 대로 수술하기로 했어” 예측은 하고 있었는데 막상 Y선수 입에서 수술한다는 말이 나오니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정말 미안했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형님 죄송합니다! 제 욕심에 형님 몸이 이상한데도 계속 게임을 뛰게 했습니다. 저는 감독으로서 자질이 안 되어 있습니다. 선수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교체했어야 하는데….” “아냐! 내가 잘못해서 다쳤는데 그리고 선수 모두 컨디션이 안 좋아 교체할 상황도 아니고…. 너무 걱정하지 마! 금방 나아서 복귀할 테니까.”


 팀의 리더라면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질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몇몇 리더들은 높은 직급에 올라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리더는 팀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없다.


 2019년 6월 16일 자 [경향신문]에서 황민국 기자는 정정용 감독 “더 공격했어야 하는데… 패배는 내 책임”라는 기사에서 정정용 감독은 [책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사진 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tbm=isch&sxsrf=ACYBGNTp12RYfRWdxgJkKWE1fT7HBYSwCw

 [정 감독은 16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국제 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역전패한 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며 “우리 선수들은 90분간 최선을 다해 전략을 수행했다. 감독인 내가 부족했다. 더 잘할 수 있는 것 못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또 피지컬 코치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은 스포티비 뉴스 한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는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내 방법은 옳아. 저번 시즌에는 이렇게 해서 우승했는데, 올 시즌은 선수들이 문제야. 심판이 문제야. 어린 선수들이 강하지 못해. 이런 말과 행동은 감독의 생각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정용 감독은 마지막까지 책임을 본인 자신에게 돌렸고, 레이몬드 코치는 책임 없는 감독은 아마추어라고 말했다. 리더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지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는 리더는 본인의 실수를 회피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다. 그런 리더는 직원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학 동아리 모임이 있었다. 거기서 S동기는 우리들에게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요즘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S동기의 말에 기를 기울였다.


 “결재를 받으러 상사한테 갔는데 거기서 한 시간을 붙잡고 슈퍼비전이랍시고 이야기하는데…. 마지막에는 이거 잘못되면 네 책임이야”라고 말하며 “사인을 해주는데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우리 모두는 진짜 어이가 없다면서 저마다 각자 한 마디씩 했다.


 리더가 책임도 지지 않을 거면 사인을 왜 해주는지 모르겠다. 일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도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보고서 봤을 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듯싶으면 다시 기획해서 결재를 맡으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사인을 해주면서 이 일이 잘못되면 “네 책임이야”라고 말하는 건 계획서를 꼼꼼하게 보지 않았던가 아님 일에 대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 이던가 둘 중에 하나다. 사인을 해줘야 하는 직급에 올라갔으면 최대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책임도 못 질 거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낫다.


 중국 속담에 “궁수는 현자의 모범이다. 궁수는 활이 과녁 한복판에 맞지 않으면 자신을 탓한다,”라는 말이 있고, 또 프랑스 속담에는 “과오를 범한 자가 그 과오의 잔을 마셔야 한다.”라고 했다. 리더라면 본인이 한 실수에 대한 행동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면 부하 직원에게 모욕을 당하고 위신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사과를 했을 때 부하 직원은 그런 리더에게 더욱더 신뢰하고 친밀감 또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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