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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윤 Mar 05. 2020

후보 선수는 팀의 기둥이다

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EC

 축구를 혼자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내 인생에 대한 모독이다-지네딘 지단

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EB%A5%B4%EB%B8%8C%EB%A1%A0+%EC%A0%9C%EC%9E%84%EC%8A%A4+%EB%B0%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 선수가 멋진 동작으로 슛을 넣었다. 그 장면을 본 후보 선수들은 일제히 일어나 로브론 제임스 선수가 했던 행동을 따라 하며 웃는다. 또 다른 선수는 코트에 들어간다며 말리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벤치에 않아 있는 NBA(미국 프로 농구 협회) 농구팀 후보 선수의 모습은 LA 레이커스 후보 선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국 벤치의 모습은 조용하다.

 잘되는 팀과 안 되는 팀은 벤치에 않자 있는 후보 선수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인상만 쓰고 있는지, 아님 분위기가 활발한지를 통해 그 팀이 어떤 팀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벤치의 앉아 있는 후보 선수의 모습은 감독의 영향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감독을 만나냐에 따라 벤치의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20년 2월 29일 자『시사저널』이영미 기자는 “‘꼴찌의 반란’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라는 기사에서 위성우 감독은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식스맨 출신이 식스맨들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나의 프로 데뷔전이 어떠했는지 아나. 현대전자에 입단했다가 1년 후 상무에 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안양 SBS 스타즈로 트레이드되면서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당시 데뷔전 출전 시간이 10초였다. 주전 선수가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놓고 5 반칙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데뷔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 10초를 뛰기 위해 경기 시작 전부터 계속 몸을 만들었다. 내가 그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식스맨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주전들은 굳이 내가 안 챙겨도 되지만 식스맨들은 감독의 말 한마디에 많은 영향을 받는 위치다. 그들이 잘 버텨줘야 팀이 건강하게 돌아간다. 그걸 알기 때문에 식스맨들한테 늘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편이다.”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후보 선수 측에도 못 끼었다. 다른 동기들은 연습 게임 때 출전 시간을 부여받아 코트를 누볐지만, 나는 감독 옆에 앉아 묵묵히 스코어 북만 적었다.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때는 누구 하나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직 나 자신과의 대화만 수없이 오고 갔을 뿐이다. ‘여기서 그만둘지, 아님 더 노력해서 치고 올라갈지.’ 결국 나는 농구단에서 쫓겨 나가지 않는 이상 남들보다 더욱더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하루 3번 훈련(오전-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체력 및 전술훈련, 야간 슈팅 훈련)을 4번(새벽훈련)으로 변경해서 훈련했다. 오전에는 자율 웨이트 트레이닝이라 감독 선생님이 없다. 동기와 선배는 삼삼오오 모여 웃으며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거울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무거운 쇠 덩어리를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봄에서 가을로 바뀌었다.


 2001년 천안에서 전국 체육대회가 열렸다. 우리 팀은 지역 대학 대표로 대회를 참가했다. 우리 팀과 상대 팀은 공격할 코트로 넘어가 20분 동안 몸을 풀었다. 경기 전 1분이 남았을 때, 벤치로 돌아가라는 심판의 호각이 울렸다. “삑” 선수 하나 둘 코트 중앙으로 나갔다. 나는 스코어북을 들고 감독 옆에 앉았다. 경기는 박빙이었다. 동점만 15번이 나왔다. 1 쿼터, 2 쿼터, 3 쿼터가 지나고 4 쿼터가 됐다. 전혀 예상치 않게 나에게도 데뷔 출전 시간이 찾아왔다. 주전 선수 한 명이 5 반칙 퇴장을 당했다. 남은 시간 5초. 감독 선생님은 고개를 좌우로 둘이 번 거린 후 날 보더니 “너 빨리 나가.” 공도 한 번 못 잡고 경기는 종료됐다. 경기가 끝난 후 농구부 버스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만 느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슴은 쿵쾅쿵쾅 뛰면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난 이 팀에 뭘까?’란 생각뿐이었다.


 누구보다 후보 선수의 고통을 잘 알고 있던 나는 초창기 때 선수 관리에 실패했다. 오직 우승에만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주전 5명만 코트에 내보냈고, 후보 선수는 소모품인 나사처럼 대했다.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후보 선수들은 내 곁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후보 선수는 쓰다가 버리는 나사처럼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후보 선수가 있기에 주전이 있는 거고, 농구는 5명이 아닌 12명이 한다는 것을 이때 나는 깨달았다. 이때부터 나는 주전 선수보다 후보 선수를 더 살뜰히 챙겼다. 그래서 시합이 끝나고 집에 들아 오면 제일 먼저 후보 선수들에게 전화를 한다.


 “흐름이 좋지 못해 코트에 들여보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코트에 들어갈 수 있게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국영호, 전광열 엮은『준비된 기적의 시나리오 홍명보의 미라클』책에서 올림픽 축구감독 홍명보는 주장인 구자철 선수에게 후보 선수들을 잘 대해 주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보다 중요한 게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들이야. 내가 일일이 다 챙길 수 없으니 자철이 네가 선수들을 잘 다독여주면 좋겠어.”


 홍 감독은 감독 초년병 시절부터 벤치 멤버를 유독 끔찍이 챙겼다. 2009년 3월 이집트 3개국 대회에서 하루는 김태영 코치가 후보 선수들을 데리고 훈련하는데 의욕이 없길래 호되게 야단을 쳤다. 홍 감독은 그날 저녁 김 코치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은 후 따끔하게 질책했다.


 “후보 선수들일수록 더 감싸줘라.”


 홍 감독은 초․중․고 시절 왜소한 체구 때문에 후보로 대기한 적이 많아 벤치의 설움을 잘 안다. 그들 없이는 팀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팀의 리더는 간혹 후보 선수를 챙기는 부분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실적에 대해 성과를 낸다고 해서, 그 사람만 치켜세우고, 그 사람만 챙겨주면 안 되는 부분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봐라. 주전 5명으로는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다. 7명의 후보 선수가 있어야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다. 그 후보 선수 덕분에 주전 선수는 실력을 더욱더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팀을 올바르게 이끌려면 후보 선수를 더 아끼고 살뜰히 챙겨줘야 한다. 왜냐면 후보 선수는 팀의 기둥이기 때문이다. 후보 선수가 팀의 기둥인 걸 모르기 때문에 지금도 팀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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