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0
상무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달리기 하던 어른은
결승선에 닿기도 전에
방향을 틀어야 했다
표정을 숨기고
돌아 나오는 길
고급 베이커리에 들러
딸기 케이크 두 덩이를 샀다
외동딸 생일이라나
딸은 꼭 딸기 케이크만 먹는다나
사는 김에 하나 더 샀다나
딸기 맛은 누구나 좋아한다나
혼자 묻고 혼자 답하다
둘 중 하나 뒷짐 지듯 움켜쥐고는
새로 꾸린 상무님 방에
인사드리러 가는 뒷모습
서글픈 박자로 앞으로 앞으로
결코 가기 싫은 듯
느린
늦지 않아야 하는 듯
정확한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듯
어슥한
어른의 걸음
통 시원하게 걷지 못해
영 제자리인 날
발 아래 어지러운
내 걸음 자국
절대 싫은 방향으로
하필 길이 나있다면
그나마 가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끝까지 걸었던
그 어른의 박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