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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Jan 14. 2021

사랑이 낡아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2


화가 끓어 넘치면

아무 말이나 끄집어

공중으로 던졌다

그가 터득한

불 꺼뜨리는 방법 중

가장 익숙한 것이었다



환한 밤 어둔 낮

어느 때라도 

말 마디가 노크하면

품 안으로 들이는 건

그녀의 방법이었다

대문은 늘 열어 둬야 

마음이 놓였다



타오르는 단어가

대문 너머로 떨어진 날

두 사람은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말이 타오르는 것을 

사랑이라 믿었다



말을 내던질 때마다

끄트머리가 닳고

말을 안으로 들일 때마다

가장자리는 아파

사랑은 이내 모양을 잃고

둥글게 낡아가는데



머리 마주대고 

그동안 닳은 자리를 

헤아리던 밤

마침내 끌어안았다


꼭짓점이 사라진

이 헤진 동그라미가 바로

둘이 만드는

최선의 둘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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