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1
어제 내 꿈에 나왔어 너
지난밤 나도 몰랐던 행적을
누군가 알려주면
그 밤의 얼굴이 미웠을까 봐
올이라도 나간 옷 걸치고
나사라도 빠진 말 걸었을까 봐
감지 않은 머리카락에
냄새라도 감겼을까 봐
내가 네 꿈에 들러 뭐 했는데
묻지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더라
고작 남의 꿈에 들를 때도
실례하기 싫은 거겠지
찬 바람 끄트머리가
한 꼬집 두 꼬집 둥글어지는 계절
이른 봄바람처럼
낯설게 답하는 사람을 보았다
우와 정말? 진짜?
나랑 꿈에서 뭐 했어?
우리 둘이 같이 나왔어?
나 예뻤어?
남의 꿈에 들러서라도
한바탕 빛 내며 놀고 싶은 거겠지
어느 모습 어느 얼굴도
꿈결처럼 고울 테니까
길바닥에 버려진 유리에
무심코 비춰도
어김없이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