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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Jan 05. 2021

경인 슈퍼 앞마당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9



옛 동네에는 

경인 슈퍼가 있었습니다


두부 한 모 심부름하러

이틀에 한 번 꼴로 들렀는데

간촐히 먹는 날에는

반 모만 사기도 했습니다


콩나물 오백 원 어치를

검은 봉지에 자주 담아 왔는데

천오백 원을 부르는 날에는

엄마가 틀리게 말했거나

네가 오다 헷갈렸을 테니

집에 전화해 보라고

수화기를 건네받았습니다


멀리 시장에 나가

생선에 오징어에

사는 김에 두부 콩나물 

파 한 단까지 담은 날

엄마는 슈퍼를 끼고도는 

지름길을 놔두고

둘러 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별 도리가 없었겠지 하면서도

두고두고 얄미운 게

사람 마음이라고요


아이 울음이 끊어진 집

담장을 지나며

솟아 오른 배를

우연이라도 더듬지 말고


아이 넷 키우느라

입술이 갈라진 여인 앞

버릇이라도 립스틱을

덧바르지 않으며


한쪽을 여의고

연거푸 들이키는 빈 잔 앞에서

위로로라도

남편 흉을 보지 않음으로


장바구니가 불룩할 때

슈퍼 앞 납작한 마당은

밟지 않던 마음을

호 불어 문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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