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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wrts Jan 07. 2021

딸기 케이크

나와 화목하려고 매주 화, 목에 쓰는 시 - 10


상무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달리기 하던 어른은

결승선에 닿기도 전에

방향을 틀어야 했다



표정을 숨기고

돌아 나오는 길

고급 베이커리에 들러

딸기 케이크 두 덩이를 샀다

 


외동딸 생일이라나

딸은 꼭 딸기 케이크만 먹는다나

사는 김에 하나 더 샀다나

딸기 맛은 누구나 좋아한다나

혼자 묻고 혼자 답하다



둘 중 하나 뒷짐 지듯 움켜쥐고는

새로 꾸린 상무님 방에

인사드리러 가는 뒷모습

서글픈 박자로 앞으로 앞으로

 


결코 가기 싫은 듯 

느린

늦지 않아야 하는 듯

정확한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듯

어슥한

어른의 걸음

 


통 시원하게 걷지 못해

영 제자리인 날

발 아래 어지러운

내 걸음 자국

 


절대 싫은 방향으로

하필 길이 나있다면

그나마 가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끝까지 걸었던

그 어른의 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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