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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May 06. 2022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제주를 추앙하는 우리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재미있게도 정보와 기술이 최고로 발달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모닥불을 피웁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변산반도 캠핑장에서도 평창의 숲에서도, 고된 육체 노동의 현장에서도 말이죠. 유튜브에는 24시간 연속 모닥불 영상도 있더군요. 모닥불 앞에 동그랗게 둘러앉으면 세상 근심과 걱정은 잠시 떠나 마음이 고요해지고 연결이 됩니다. 그 느낌 아는 사람 지금 엄지손가락 척 올리세요.^^ 나랑 친구합시다.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그날 밤 혜삼춘네 뒷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옥돔을 구워 먹었죠. 양도 그리 많지 않았고 맛도 번듯한 음식점과 달랐지만 직접 피워낸 불에서 익힌 보드라운 질감이 잊히지 않아요(꿀꺽). 불가에 둘러앉아 입가에 검은 그을음이 묻혀가며 먹었던 음식, 바람 소리, 어둑한 감각, 특유의 냄새... 지금도 눈을 감으면 순식간에 그날 밤으로 소환되곤 합니다. 그날 이후 제주의 모닥불은 나에게 하나의 상징이 되었어요. 굳이 풀이하자면 '마음이 열리고 깊은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사진 : 김형표

제주 성산 밭에서 새벽 작업을 마치고 모닥불에 둘러앉은 삼춘들의 모습입니다. 밤의 모닥불과는 다른 낯선 색감과 구도가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쏟아지는 햇살에 어우러드는 연기는 신비함마저 자아냅니다. 나는 이 한 장의 사진에서 밀레의 만종보다 더한 애틋함과 감동을 느낍니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하루를 만들어가는 성실, 동틀 무렵인데도 이미 한 차례 일을 마친 부지런함, 차가워진 손발을 녹이고 굳은 어깨를 풀며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그 힘과 에너지, 그리고 연결된 가족에 대한 사랑까지. 보이는 것 너머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 사진은 페이스북 친구인 김형표 농부님의 피드에서 발견하곤 자 보고 싶어 다운로드했어요. 종종 농부님이 올리는 '농부 사시사' 글을 읽을 때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기후변화, 먹거리,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미뤄두게 되는 고민들을 농사를 통해 함께 생각하고 숨 쉬게 만드는 글이죠. 그에게 월동 무, 당근, 콜라비, 브로콜리, 감귤 등을 배송받아 먹으며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살아 숨 쉬는 제주의 스토리들을 발굴하고 사람들에게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 속에 있었어요.


 로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돌이켜보면 제주에 많은 감사함이 있어요. 삶에서 힘든 순간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에 머물렀죠. 그 시간을 지나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마음이 넓어졌어요. 이곳에서 살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인생에서 꼭 한 번 가져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품고 있던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바로 지난주에 '제주 지역의 의/식/주 및 자연/환경/인간 등 모든 객체를 망라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 자리를 제안 받았어요. 나아가 제주와 연결된 다양한 마음을 연결하는 일이죠.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행운이 2022년 5월 시작되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함께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그간 발행한 보석 같은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제주의 정보들 속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되고 두려움도 느꼈어요. 하루를 꼬박 고민한 끝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에세이와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꾸려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그리고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수집해보기로 합니다. 나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배우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우연히도 최근 즐겨보고 있는 노희경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도 제주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네요. 드라마와 함께 배워보는 제주어를 한 꼭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함께 만들어요


자 이제 실험을 하나 해볼게요. 지금 잠시 30초 가량 5월의 한라산을 떠올려 보세요. 잠시 생각했을 뿐인데 한 줄기 바람이 불어 머리를 가볍게 하지 않나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를 느낀다고 하는 친구의 얘기도 공감이 됩니다. 이러한 연상 작용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제주라는 매개를 통해 쉽게 동기화가 됩니다. '제주 = 명상'이라는 공식도 만들어 볼 수 있겠네요.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제주에서 우리의 만남은 BTS의 노래 가사 바로 그것입니다. BGM : BTS가 부릅니다 DNA


뉴스레터가 범람하는 요즘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너무 가슴뛰고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마음 속에 제주에 대한 보석 같은 이야기 하나쯤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잘 듣고 기록하고 공유해보고 싶어요. 제주의 바람을 담아 연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벌써 들려오네요. 본격 시작이 되면 무궁무진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겠죠? 그 기쁨을 나눌 시간이 기대됩니다.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시작해봅니다.



*Coming Soon 앞으로 만날 이야기들


1. 제주를 사랑하는 <그린 엠배서더>들의 인터뷰

https://esg.jejupass.com/mobile


2. 유기농가 <나의 왼손> 김형표 농부의 농부 사시사 연재 1

https://kwonminhee.notion.site/1-7d273d73f2224133a1f652be044faf6d


3. 금릉 해변에서 패들보드를 활용한 <멍海>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4. 제주패스와 함께하는 랜선 클래스_성공하는 팀의 비밀



* 삼춘

제주도 사투리로 '삼춘'이란 표현은 표준어의 삼촌보다 더 범위가 넓어서 남녀를 불문하고 먼 친척어른은 물론 이웃의 윗사람까지 지칭하는 단어이다.



* 주의 : 제가 제주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면접을 보고 뉴스레터 시안으로 글을 써봤어요. 내용은 제가 임의로 작성한 글입니다. 취준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세요!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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