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질문 : 최근 당신의 삶에서 잃어버린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요?
잊는 것과 잃는 것은 달라. 그런데 종종 혼용이 되곤 하지. 먼저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자면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동기로 행동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문장이었어. 정당한 분노를 동기로 뭔가를 성취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 그런데 사랑을 동기로 성취하는 사람을 본 일이 드문 거 같아. 나 역시 사랑을 동기로 뭔가를 이룬 게 손에 꼽을 정도야.
사랑을 동기로 한 것은 성취감보다는 뭔가 든든함은 주는 것 같아. 예를 들면 내 삶에서는 춤이나 명상 같은 거였어. 몸치인데도 20년 넘게 춤을 춘 것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 명상도 그래. 상처도 있고 생각도 많은 내가 명상을 그토록 오래 다양하게 수련하고 익힌 것은 역시 사랑이었어.
반면 일이나 사회적인 역할은 분노에서 출발한 경우들이 많았어. NGO 자원활동, 기자, 편집자 등 일의 영역에서 습관적으로 분노가 동기가 되어하는 경향성이 있어왔던 거 같아. 그래서 뇌에서 어떤 연유인지 사랑의 동기로 일을 하면 좀 어색해하는 거 같아.
도토리처럼 끝이 뾰족한 빨간색 손뜨개 모자를 겨울마다 자주 쓰고 다녔어. 그토록 애착이 있었는지는 잃어버리고서야 알게 되더라고. 몇 해 전 겨울 친구들과 볼링을 치러 다녀오다가 잃어버렸어. 덕분에 그 친구들과 볼링을 치러 갔던 일이 너무 기억이 잘 나게 되어버렸지. 잃어버린 어떤 아쉬움으로 인해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은 어쩌면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