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 그치면.
톡. 토도독. 후드득. 툭. 투두 두둑.
태풍이 온다더니 아까부터 세차게 비가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숨바꼭질하던 새들이 푸드덕 날아간다.
연초록 잎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겸손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내린 비님을 반갑게 맞이한다.
하늘 향해 양껏 목을 축이고 감질났던 샤워를 한다. 한참 바라보다 창문 너머 손을 내민다.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손바닥에 한 움큼 담아본다.
톡. 토도독. 후드득. 툭. 투두 두둑.
흥건히 젖은 손바닥을 뒤집어 바닥으로 쏟는다.
손끝부터 서늘한 기운이 스멀스멀 팔목까지 올라온다.
' 하이루~! '
흔드는 손끝에서 빗방울이 퍼지듯 튕겨나간다.
그냥 들어오긴 멋쩍어 날아가는 새들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새들은 화답은커녕 힐긋거림 한번 없이 매정하게 지나간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창 너머로 비가 들이친다.
얼른 창문을 닫고 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금세 손끝이 물에 불은 듯 쪼글거린다.
서늘한 기운에 카디건을 걸친다.
소슬바람이 분다.
뜨거웠던 태양이여, 안녕.
이 비 그치면...
아, 가을
The rain -Joe Hisai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