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결혼 준비는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하지만 육아(혹은 육아로 발생하는 비용을 걱정하는 정도일 뿐 육아의 과정 자체에 대해)를 미리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면 결혼 준비 그 이상으로 육아를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생각이 서로 일치하는지, 부모로서 일관된 생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공을 들여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꼭 필요합니다.(물론 저 역시 그렇게 하질 못했지만 지나고 보니 결혼식의 행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육아는 중요한 문제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은 결과가 보이지 않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고 부모들이 후회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결혼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여자들에게 사회와의 거리를 두는 계기(단절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맞벌이가 보편화되었고 육아를 위한 약간의 제도적 장치가 생긴 상태라 반드시 결혼과 육아가 여자들에게 사회생활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육아의 많은 부분이 '오롯이 엄마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처음엔 비자발적이었지만, 결국 자발적으로 육아를 위해 일을 접었습니다. 경력도 함께 접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당시 내린 결정이 결론적으로 - 그 10년을 쉬기로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경력은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다시 일을 시작할 땐 전혀 다른 새로운 직종으로 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그래도 10년의 기간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 아무리 사족을 붙여도 그 기간만큼은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기간이 아니었다면 언제 아이들을 그렇게 세세히 관찰하고 함께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빠른 경제적 자립을 위해 맞벌이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 본격적으로 그만둘 생각은 없었지만 양가 부모님들의 육아에 대한 생각을 듣고 결정했습니다. '내 아이는 내 스스로 키우자'로, 그래야 나중에 원망이나 후회가 덜 남을 것 같았습니다. 설령 후회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한 선택이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귀중하고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와도 고민하지 않고 같은 결정을 할 겁니다. 말로는 부족한 수만 가지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그 예쁘고, 밉고, 또 심술 맞은 모든 모습을 잊지 않고 눈에, 마음에 담을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그 어느 한순간이라도 놓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모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무척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처음 부모가 된 어른들은 또 얼마나 겁을 내고 우왕좌왕하는지, 자라는 아이와 함께 낯설고 서툰 부모의 역할을 함께 배워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이도 부모도 모두 처음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아이들의 사소한 작은 버릇부터 먹는 것과 자는 것, 웃는 것과 짜증, 놀라움,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을 함께 경험하고 같이 자라는 시기를 함께했습니다. 그때의 그 모습, 그 순간, 그 감정은 엄마와 아이 모두 처음이지만 또 마지막이기도 합니다. 점점 아이가 자랄수록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지 막연한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어찌 알려줘야 할지 고민에 들었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살이에 서툰지라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이고, 나중에 세상에 물이 들겠지만 최대한 어릴 때만이라도 나이에 맞게 - 아이답게 순수하고 자유롭게 실컷 놀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일과 육아의 병행은 애초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돈벌이보다 아이들 자체,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가 훨씬 더 소중했기에 스스로의 욕심(당시 가장 큰 고민은 내가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이었고, 이후 당연히 불가능했습니다.)을 남들보다 더 많이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누가 맡아서 육아를 꼭 해야 한다는 것은 없지만, 사람의 인격과 육체와 정신을 키워간다는 것은 큰 책임과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강아지를 잠시 다른 곳에 맡겨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세상입니다. 하물며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란? 당연히 더 어렵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한 생명이 나고 자람에 누구의 몫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가까이는 부모부터 가족, 이웃, 학교, 그리고 사회가 모두 노력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어린아이들을 보기 드문 요즘이지만, 간혹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친구들이 좀 더 많으면 좋을 텐데, 더 많이 놀 수 있어야 할 텐데, 형제간 우애도 배우면 좋을 텐데, 세상에서 자연스레 배울 것을 접하고 찾으면 좋을 텐데, 엄마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을 텐데,... 수많은 감정이 스쳐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와 사회가 함께 해야 할 것이 바로 '육아'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합니다. 여전히, 육아의 대부분이 엄마의 몫으로 남습니다. 때문에, 늘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자꾸만 움츠러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