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by gruwriting


- 처음이기 때문에

두렵긴 하지만, 설레기도 합니다.



살면서, 어떤 것을 두 번 세 번 해 보는 것보다 처음 해 보는 것이 더 많은 이유는 우리가 딱 한 번만 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경험이 매일 새롭고도 매 순간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설사 같은 경험이더라도 살아가는 순간이 매번 변해서 두 번째더라도 다른 새로운 처음이 됩니다. 사람의 생이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나고 태어나서 자신만의 성장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의 성장을 함께 한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내게도 나눌 것이 있고, 누군가를 배려할 일이 생기고, 보듬어줘야 할 무엇 안에 고통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역으로 새로운 성장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그중 '육아'의 기회가 그렇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 - 인격체와 교감을 나누며 배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렵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무지하고 모르기 때문에, 또 경험적으로 누군가의 조언조차 내 것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육아'는

어쩌면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인격체로의 탄생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과 차원이 다른 삶의 탄생을 말이죠. 마치,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채워 완성해 가는 순간처럼, 책으로만 보고 읽었던 삶, 생명, 자식, 교육 이런 언어들이 구체적으로 하나씩 몸에 각인되며 내 것이 되는 것처럼, 그 모든 과정(이젠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 이젠 육아가 아닌 함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성장의 과정으로 아직도 여전히) 속에서 지금도 삶의 폭과 방향을 수정해 가는 중입니다.




사실, 저는 제가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나 저 자신에게도 한없이 야박하고 게으른 제가... 그래서 어쩌면 좀 더 '객관적'으로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가족의 울타리와 함께 엄마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 그것을 해내고 있는 자신이 조금은 대견합니다. 이 지점에서, 모든 엄마들, 아니 모든 부모들은 위대한 사람들입니다.(자화자찬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자식들이 어떤 엄마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별개 문제 이긴 합니다만.




부모와 자식, 특히 엄마와 자식 관계가 특별히 좋은 집은 드뭅니다. 저 역시 제 엄마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일 때 찾는 사람, 엄마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리고 난 자식들에게 어떤 엄마이고 싶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생각한 엄마와 자식들이 생각한 엄마가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는 모릅니다. 아직도 여전히 다듬어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매번 새로운 경험과 변하는 세상 환경 속에서도 적응해 보려고 한다는 것, 문제가 생겨도 함께 해결해 보려 애쓴다는 것, 실랑이가 있고 전혀 다른 결과가 생기더라도 탓하지 않는다는 것, 그 모든 과정에 함께 한다는 것일 뿐입니다. 자식들에게 원망이나 비난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엄마인 것 같습니다. 내 엄마가 그래서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끊임없이 옆에서 함께 하는가 봅니다.




누군가가 그랬죠? 행복이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라고!

허무맹랑하게 실체 없는 행복을 경계한 표현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집요하게 구체적입니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는 늘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토닥이며 살 수 있는 마음의 공간과 실제의 관계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너무 힘들지 않냐고도 했고, 왜 그렇게 힘든 시간을 감당하냐고도 했고,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할 수 있냐고도 했고, 어떻게 그렇게 냉담할 수 있냐고도 했습니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칭찬보다 비난을 더 자주 듣습니다. 그러면서 상처도 생깁니다. 마음을 다치고 주저앉고 싶지만 조금씩 굳은살이 늘어나고, 몰랑하던 감정도 물을 잔뜩 흡수한 빵빵한 스펀지가 됩니다.




천성이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사람이, 사람들과 접촉면도 최소화하는 사람이, 엄마가 되어 살아야 하는 삶이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긴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삶이 어떤 계기로 변화할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결핍의 과정을 겪은 사람은 성장의 기회가 생기면 그 반대급부를 늘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가 엄마에게 받은 것과 다른 - 제가 가진 것을 육아에서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한 순간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잘 성장해서 자신들만의 삶을 가꾸어 가느라 무던히 애쓰고 있는 자식들이 자신들만의 멋진 삶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 엄마가 왜 그때 그랬었는지, 어떤 마음이었었는지, 그리고 자신들과 함께 지내면서 얼마나 많이 웃고 흐뭇해하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들인지(이건 본인들도 잘 아는 것 같긴 하지만) 확인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해서, 저도 엄마가 처음이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며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