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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긴 의자에 초로의 아주 머 니들 넷이 빼곡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제 남는 것은 건강이여 길게 앓으면서 자식들 짐 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갔으면 좋겠어"
"그게 내 맘대로 되면 좋게?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여"
다들 오랜 친분이 있어 보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였는데
뭔가 마음의 소리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보통 버스정류장은 "왜 버스는 안 오는 거야?" 하면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거나 매연이나 자동차 경적소리에 경직된 몸을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은 놀러 나와 어느 카페라도 앉아있는 듯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가고 의자가 비자 앉아보고 싶어졌다.
"와 따뜻하다"
버스정류장에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긴 간이의자다. 날이 쌀쌀 해지면 의자는 따끈한 온돌로 변한다.
거기에 앉아 막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우리 모두 세월을 지나는 나그네이고
따끈한 긴 의자는 주막의 온돌이 생각이 났다.
조선시대에 나그네들이 묵는 방중 제일 큰방인 봉놋방은 여러 타인들이 묵는 방이라고 했다. 몸이 따뜻해지므로 두런두런 이 얘기 저 얘기도 낯선 이들과 도 쉽게 했을 것 같다.
날이 제 법쌀쌀해지면 피곤한 여행길에 엉덩이 붙이고 쉴 그 간이방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을까.
요즘같이 온돌에 딱히 앉을 일이 없는 시절에 엉덩이가 따뜻해지니 맘까지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