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들이 집에 왔다가쉬고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번거롭다고 비 오는주일 밤에 직장이 있는 분당으로 가면서 취업하고 처음으로 "가기 싫어"하고 말한다. 비 오는데 나서려니 그랬을 것 같다.
"어차피 안 좋은 생각 하나 좋은 생각 하나 시간은 간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 "
말하니 아들은 씩 웃으며 편의점에서 산 민트 초콜릿 하나 두고 가는데 마치'엄마는 모르는 게 있어요'하는 표정이다.
다음날 아침에 청소하려고 아들의 빈 방을 보니 책상 위에 신경정신과 병원 영수증이 있었다. 공황장애의 일종인 건강 염려증 때문에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는 하는데 또 뭔가 엄마에게는 말 못 할 괴로운 것이 있나 보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다가 집에 오면 잠을 잘잔다고 했다.
예전에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아이와 남편과 겨울 한라산을 멋모르고 등반한 적이 있었다.
제주 한라산은 눈꽃이 아름답다. 어리목코스로 접어들어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가는 길에 눈이 엄청 내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빨간 깃발만이 희미한 알전구처럼 앞쪽에 띄엄 띄엄으로 펼쳐져있었다.
숨은 가쁘고 다리는 풀려도 빨간 깃발까지 걷고 쉬었다. 아들은 못 간다고 아예 눈밭에 들어 누었었다.
"엄마 더 이상은 못가"
"저까지만 가보자또 다른빨간 깃발까지"
쉴멍 가멍 가다 보니윗세 오름세 대피소가 나왔고
거기서 쉬면서 먹는 컵라면은 꿀맛이었다.
내려올 때는 아이는자기 아빠와 앞장서 빠르게 내려가는데 나는 천천히 다리 후들거리며 걸었다. 성판악코스는 낭떠러지이기때문에 조심해야 한다.'아찔하기도 한 인생의 맛'
달콤한 휴식을 끝내고 가는 아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조금만 더 가면 또 주말이란다. 맛있는 것 아빠가 해줄 거야 기다려!
( 시크한 아들이 좋아할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들은 집에서 요리한다고 하면 친구와 밥 약속 있다고 밖으로 나간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