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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Jul 18. 2020

꽃이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사는 맛 레시피(아름다운맛)

꽃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기쁠 때도 축하 꽃 받긴 하지만 마음이 슬플 때 받는 위로 꽃에는 비하지 못한다. 마음이 심란하고 우울할 때  몸과 마음이 아파서 희망이 없는 병원 침대에서 바라보는 밖의 꽃들과   매연 가득 찬 찻길이나 보도블록 틈을 뚫고 나오는 작고 노란 꽃들은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아도 꽃 자체가 희망이 된다.


"어머나 어떻게 이런 곳에 민들레가 피었지" 


"미추어 버리겠다"가 요즘 심경이다. 꼭 매연 가득한 찻길에 서있는 듯하다.


마스크 끼고 다닐려니 답답하고 뉴스 틀면 사회적 범죄 뉴스에 더 답답한데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것은 내 곁에 꽃이 계속 피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나의 집 베이스캠프인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송화가 피었다. 노란색 꽃잎이 지면 빨간색 꽃잎이 피며  채송화가 위로를 준다.


예전에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 있을 때는 동네 집 대문이 열려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사생활이 많이 노출됬었 다.


어느 동네든 살짝 정신줄 놓은 사람들 이 한 명씩 있어서  봄 되면 귀에 꽃 꽂고 노래 부르며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 기억인데 우리 동네에 무슨 사연인지 머리가 살짝 돈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옥색 치마저고리 입고 연분홍 루주를 짙게 바르고 채 송화 과꽃이 핀 화단이 있는  학교 마당까지 들어왔다.


 학교 화단은 동요

'꽃밭에서'가 생각날정도로

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 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밌게 뛰어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을 봅니다

아빠는 꽃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며 꽃같이 살자 그랬죠'


 아이들은 그 여자 곁에 쪼그리고 앉아셀비어 꽃잎을 하나씩 따서  밑둥지를 '쪽쪽" 빨아먹으며 그 여자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었다.


 그 여자는 속눈썹 긴 눈을 아래로 깔고 있었고 슬퍼 보였고 붕떠보였다.


 눈은 쳐다보면 안 될 것 같아  연분홍 입술만 쳐다본 기억이 있다. 그 여자가 아이들을 해코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그 곁에서 놀았었다.


요즘 우리들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돌기 일보 직전의  심정 코로나는 완전히 물러갈 줄 모르고 수입은 줄고  마스크 아니라도 숨쉬기 어렵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환자들이 속출하고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들 등  더욱 부축 인다.


 그러나 지난 여정을 보면 언제는 편한 적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식민지 전쟁과 보릿고개 독재 정권 아임 엠 에프 전염병 등의 꾸준한 악재 위 길들을 걸어왔다.


우리 곁에는 꽃이 있다. 꽃만 보고 걸어도 인생은 남는 장사인 것 같다.


봄에 꽃을 기다리고 매화 진달래 시작으로 계속 꽃들이 피어서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꽃이 피면 피나보다 했는데

요즘은 꽃들이 너무 고맙다.


 여름꽃들이 줄줄이 피어난다.


 악마가 제일 싫어한다는 빛과 예쁨 귀욤의 대명사 나팔꽃 도라지꽃 감자꽃 장미 능소화 배롱나무 금계국 과꽃들이 피어나고

사진작가들 화가의 그림 특히 어린이들 그림에도 꽃이 위로가 된다.


이험한세상에 영화 박화영에 나오는 가출청소년들에게 엄마라 불리는 또래의 물주는 가출한 아이들에게 "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하는데  박화영 스타일로 요즘 시대에 "꽃이 없으면 어쩔 뻔 봤냐" 하고 외쳐본다. 꽃은 희망이다.


꽃은 꽁꽁 언 겨울이 오기까지 계속 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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