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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전화기가 주는 매력(화양 연화)

봄날의 산책길에서 만난 영화

by 달삣 Mar 19. 2022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_ 김훈의 산문 바다의 기별중_



운 좋 넷플리스에 떠도는 리마스터링 영화 장만옥과 양조위 주연'화양 영화'를 봤다.


 그중에 인상 깊은 장면이라면 아날로그 전화기가 나오는 씬이다.


"따르릉따르릉"


60년대 아날로그 미색 전화기가 울리고 영화 속 양조위가 전화를 받는다.


"-------------"


 전화 건 사람도 받은 사람도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들고 있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요즘처럼 발신자가 누군지 전화기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지 알 것만 같은 그 느낌은 아련하게 주인공 양조위의 얼굴 표정에서 읽힌다.


장만옥이 이별한  양조위가 그리워  그에게 전화를 하고 양조위가 받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전화기를 들고  한참 있는 장면이다.


이영화의 전화 씬에는 서로의 그리움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진다. 전화 속  숨표의 여백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화양연화는 인생에 가장 좋을 때라는데   이영화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다. 그렇지만 격하게 아름운 영화다.


영화 줄거리는 서로 가정이 있지만 배우자들과의 관계는 각각의 배우자들의 외도로 좋지 않다.


"결혼생활이 왜 이리 어렵죠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영화 속 장만옥의 이야기다.


두 주인공은  서로 동병상련인 이웃으로 지내다가  같이  밥도 먹고   장만옥이 양조위가 무렵 소설 쓰는 것도 도와준다.


 사귀는 것도 아닌 사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서서히 사랑에 빠져가는 모습은   변복처럼 장면마다 매번 바뀌는 장만옥의 치파오 옷처럼  예쁘다.


 결국에는 로 좋아지는 관계가 되지만  선을 지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남들과 똑같은 불륜되긴 싫다"며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  서로 어진다.


뻔한 줄거리일 수도 있지모든 것이 적확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전화기 소품 영화를 보니  성적이었다.


요즘 같으면 발신자 전화번호가 떠서 누구인지  바로 알겠지만 아날로그 전화는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묵직한 전화기를 들고만 있어도 느낌으로 전해온다.

 세상에는  조근 말을  다 안 해도 알 수 있는 게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실은 이런 것이  더 절절한 것 같.


 마치 수줍은 듯 덜 핀 장미 봉오리가 활짝 펴서 곧 시들기를 기다리는 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사랑도  다 까발리는 사랑보다 조금은 수줍은 듯 속에   비밀스럽게 묻어두는 사랑이  화양연화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장만옥을 그리워하는 양조위도 태국의 사원의 진흙벽에다 대고 비밀 사랑을 고백한다. 


 다시 본  영화 속 30년 전 장만옥과 양조위는  여전히 예쁘고 매력적이다.


영화 처음과 마지막 자막이 이영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난처한 순간이다'


'여자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남자에게 다가올 기회를 주지만

남자는 다가설 용기가 없고

여자는 뒤돌아 선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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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글 이미지 6

'그 시절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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