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에 정차하고 있는데 뒤차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을 악세레이터를 밟아 '쾅'하고 접촉 사고를 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그 충격으로 정형외과를 다녔는데 좀 나은 것 같다고 무거운 짐을 들다가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이 됐다. 더 쉬어야 했는데 무리가 온 것 같다. 쉬는 도중에 이번에는 기관지염에 걸려 한보름을 아팠다. 항상 조급증이 문제인 것 같다.
본인이 제일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속이 시끄러웠고 복작거렸다. 남편도 나도 뭔가 털어 내고 싶었는데 고맙게도 남편이 먼저"방어가 풍어라는데 동해 거진항 갔다 올까? 하는 것이다."새해도 됐으니까 콧바람 쐬는 것도 좋지"하고 여행 계획표를 짜 보기로 했다.
거진항까지 가려면 서울에서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홍천으로 빠져 인제 원통 진부령 거진으로 간다.
여행의 재미 중에 맛집 탐방인데 당일치기 여행이기 때문에 거진항까지 가려면 점심을 중간에 먹어야 했다.
나는 인제 자작나무 숲 근처의 손두부 맛집에서 먹자고 했다."백설공주 같은 흰 손두부"
하지만 남편은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도 조금 더 들어가야 했기에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원통의 백담사 근처의"하얗고 뽀얀 백담"을 닮은 황태 해장국을 먹자고 했다.
무엇보다 큰 길가에 있어서 운전하고 가는데 시간도 절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백담사를 들렸다. 한겨울의 백담계곡의 물은 군데군데 얼어있었지만 하얀 바위 옆으로 흐르는 물이 맑았다.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백담사를 둘러보고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식당을 찾아 황태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황태 해장국 둘이요"하니 밑반찬이 깔리고 백담을 닮은 뽀얀 황태해장국이 나왔다. 밑반찬은 고추 된장무침 건나물볶음 묵은지 등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밥을 말아 묵은지를 찢어 올려먹으니 뭐가 이리 맛있지 라는 감이 왔다.
"왔다 왔어 맛님이 오래간만에 오셨다"
방어 맛 찾으러 거진항까지 안 가도 될 만큼의 묵은지 맛이 강렬했다.
마치 원효가 도깨치러 중국 가다 동굴 어둠 속의 해골물 마시고 도를 깨치고 집으로 돌아가듯 말이다.
묵은지는 식감은 아삭한데 맛은 새콤하면서 숙성된 맛이 있다. 숙성된 맛은 어느 음식에나 어울린다. 마치 숙성을 거꾸로 발음하면 성숙이 되는데 성숙한 사람이 어디 자리건 어울리는 것과 같다.
익히지 않은 묵은지의 식감은'사각사각'소리가 난다.
김치말이 국수 속 묵은지도 맛있고 도토리묵사발 속 묵은지도 맛있다.
도토리묵을 세로로 굵게 채 썰어 육수를 내어 묵은지를 잘게 썰어 올리고 참기름을 뿌려도 좋고 그냥 먹어도 묵은지 하나면 충분하다.
제대로 된 묵은지는 땅속에 독을 묻어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담그듯 숙성시켜야 한다. 김치의 발효의 과학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보통 김치는 오래 두면 물러지거나 궁둥네가 나서 못 먹는데 약간 짜게 김치를 담갔는데도 장아찌처럼 짜지도 않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아삭 한 식감과 조화로운 맛을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