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귀신이 산다

어쩌면 삶은 소금커피와 레몬케잌(감칠 맛)

by 달삣

저녁밥상을 차리는데 젓가락 한쌍이 없어진 걸 알았다. 주방 서랍 싱크대 냉장고 안까지 아무리 뒤져도 없다. 불길했다.


식구가 셋이므로 주로 쓰는 나무젓가락 세 쌍 꺼내놓고 쓰는데 한쌍이 없어진 것이다. 보통 젓가락 한 짝이 없어졌다 나타나곤 하는데 한벌이 없어진 게 영 찜찜했다. 할 수 없이 쇠젓가락 한쌍을 주방 서랍에서 꺼내어 쓰고 잊어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 하게도 끼니 챙길 때마다 생각이 났다. '나무젓가락은 어디에 있을까?'


그날도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맥주를 한잔하고 일찍 감치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머나'하고 깜짝 놀랐다. 팥죽 할머니가 나타나신 거였다.


요즘 글 쓰느라고 팥죽 할머니를 생각했더니 꿈에 나타나셨나 보다. 꿈속에 어느 집에 들어갔다 나오려는데 신발이 없는 것이다."분명히 벗어 뒀는데 어디 갔지?"하고 생각했는데 35년 전 대학교 앞 자취할 때 주인아주머니의 시어머니 이자 친구 정하자의 친할머니가 하얀 소복을 입고 꿈에 나타나신 거였다. 꿈이란 참 희한하다. 오래된 기억이 튀어 오르니 말이다.


그리고선 나에게"나랑 같이 가자"하시는 거다. 소름이 끼 쳤다. 무의식 이기는 하지만"할머니 저 안 갈래요"꽤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죽기는 싫었나'하고 피식 웃었다.


이럴 때 따라 가면 죽는다는 소릴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잠에서 깨서 핸드폰 시계를 봤더니 새 벽 세시이고 창밖을 보니 초승달이 싸늘해 보였다.


침대에 누워 장롱 위에 어스름한 공간을 쳐다보니 뭔가 있는 듯했다. 검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누워 있는 듯 보여서 핸드폰 불빛으로 비춰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거실로 나가서 물 한잔 먹고 싶었지만 마루에서 자고 있는 식구가 깰까 봐 나가지도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웠다.


'젓가락도 한쌍이 없어지고 불길하다. 불길해'

생각하다 돌아누웠다. 장롱 위를 안 쳐다보면 되지

돌아누웠을 뿐인데 불길한 생각들이 사라졌고 빈 벽은 평화로운 들판이 연상이 되었다.


돌아누웠을 뿐인데 말이다. 안 좋은 생각이 나면 자세만 바꿔도 나쁜생각은 저만치 달아나니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며칠이 지나고 청소하려고 안방 창문을 여는데 창틀에 젓가락 한쌍이 얌전히 있는 것이다.'이게 여기 있었네'

분명 청소 때마다 문을 열었을 텐데 왜 보이지 않다가 지금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생각해보니 젓가락못찿는날 삼겹살 구워 먹고 젓가락 들고 연기를 급하게 빼려고 '다 다 다'뛰어다니며 창문을 여느라 젓가락을 창틀에다 둔 것이 생각이 났다.


급하면 미친 다는데 행동을 좀 더 우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아하게 에티오피아 커 피 블라인더에 갈고 에스프레소기에서 한잔을 내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았다.


FM 라디오를 켜려고 보니 이번에는 라디오 리모컨이 없어진 걸 알았다. 창틀부터 가보고 소파 틈새도 보고 소파 밑도 봤는데 없다. 이건 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어딘가 쳐박혀 있겠지

팥죽이라도 쒀 먹어야 할까 하다 마음 위안이 되는 포근 포근한 계란찜을 만들었다.


다시마 육수 1에 계란 1 정도의 분량을 소금 한 꼬집하여 풀어서 찜통에 찐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계란찜은 기포 없이 평평했다. 보들 보들한 식감의 계란찜을 한술 떠서 입속에 넣으니 봄눈처럼 안 좋은 생각들이 사라지는듯했다.


라디오 리모컨도 분명 급하게 전화를 받거나 급하게 택배 받을려고 현관문을 열거나 급하게 한 행동의 어느 지점에 놔 둔곳에 있을 것 같았다.생각은 안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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