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순서대로 피지 않는 봄이다.
매화 봉오리를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목련꽃이 지고 있다.
웅크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가니 아파트입구에 개나리가 곱게 피었고 공원으로 들어가니 진달래가 연하게 피었었다.
새가 먹이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내리꽂듯이 놀이기구에서 들썩거리는 기구를 탄 것처럼 며칠 춥고 덥고를 반복하니 연둣빛싹들이 돋고 매화 산수유가 피고 지더니 이제는 벚꽃이 만발하다.
우이천변 벚꽃이 예쁘고 아이들이 봄나들이 나왔어도 여전히 봄을 맞지 못하는 이웃들도 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두운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걱정 어린 사람들이다.
봄이와도 미래의 불안과 갑갑함으로 어둠을 끌고 다니는 자들은 산책 중에도 어둡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나까지 가라앉는다. 사실 내 걱정보다 남 때문에 속 끓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싶다. 나 또한 그들의 걱정의 대상은 아닌가도 생각해본다. 서로서로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쳐지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는 건새우 넣어 아욱국을 끓여본다.
오전에 아욱국을 한솥 끓여서 벚꽃만발한 점심에 숲을 바라보며 퍼 먹었더니 뭔가 쑥 하고 내려가는 기분이다.
다시 볕 좋은 봄날에 나가 볼까나 하는 산책할 기운이 생겼다. 봄은 확실히 신의 선물이다. 꽃기운 얻으러 오늘도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