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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Sep 07. 2024

청양고추화상

일상의 크로키


시장 갈 때마다 빨간 청양고추가 눈에 띄면 한 봉지씩 사 와 볕 좋은 베란다에 말린 지 꽤 되었다. 이걸 갈아 요리에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침저녁으로 약간씩 시원해지니 베란다에 펼쳐 놓았던 청양 고추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고추가 잘 말라있고 마침 아놓은 청양 고추도 없고 해서 고추를 마른행주로 겉면을 닦고 가위로  갈라 고추씨를 빼는 작업을 했다.


 말간 짙은 빨간색이 예쁘고 고추씨금화같노랬다.


남편이 약간 거들며 마른 고추 자르는 걸 와줬는데 손이 맵다고 난리가 났다.


"장갑 끼라고 해야지 손이 쓰라리네"하며 버럭 한다.

"겁나 쓰라려"

" 난 모르겠는데 주부들은 이런 통증에는 원래 무뎌, 양파 매운 것 뜨거운 것 만지는 것은 일상인데 뭐"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는데 주부들은 그런 류의 통증에는 무뎌라고 말한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아이를 낳고서는 웬만한 통증은 감내하는 편이다.'사는 게 통증아니던가'


그 순간 무의식적으행동인  남편을 팔팔 뛰게한 매운맛   의식으로 들어오니 나도 통증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오 왜 이리 매운 거야"

청양고추의 알싸함이 손에서 점점세진다.

청양고추화상이 있다더니 이걸 말하는 것 같았다. 손을 찬물로 씻고 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네이버에 물어보니 얼음찜질이 좋다고 했다. 냉동실에서 얼음팩을 꺼내서 만지고 있으니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손가락사이가 얼얼한 것 같다.

주부들은 이런 통증쯤은 무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매운맛 통증을 식을 하니 나도 손이 쓰라리시작한 것이다. 손가락사이가 타는 듯이 아파 다.다음에는 양이적어도 목장갑을 껴야겠다.


-모르는 지식과 의식적인 지식-

만약 지네가 자신의 다리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다리들이 서로 엉켜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것이다. 물고기가 자기가 물고기인 줄 안다면 그 사실을 알자마자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지네와 물고기 나비 강 산은 무의식 적인지식 즉 알지 못하는 지식을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철학이 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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