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주경야독을 꿈꾸는 직장인이 있다면, 가장 먼저 챙기길 권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체력이다. 이미 30대를 넘긴 직장인에게 체력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아닌가.
사실, 나이와 학업 집중도는 반비례 관계다. 20대 때 학업집중도가100%라면, 30대 들어선 80%로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한 얘기다. 사람의 신체는 20대 이후로 늙어가기 시작하니깐.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결혼을 한데다 아이까지 있다면 체력 소모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몸은 노쇠해지고, 주변에 신경쓸 건 많아지는데 대학원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력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 난 박사과정을 하면서 매주 나오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도 벅찼지만, 건강과 체력 관리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던 거 같다. 사실 내가 과제를 좀 못 풀고 시험 좀 못 본다고 해서 학위를 취득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무리하게 이것 저것 하려고 들면 학업 외 보다 근본적인 생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직장과 육아 생활 말이다.
직장과 육아, 이렇게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근본이 무너지는 상황에서의 주경야독이 의미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여러가지를 신경쓰기 위해 가장 중요하는 것은 건강과 체력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내게 어떤 생활 리듬의 변화가 생겼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대학원 진학 이후 난 매일 일과 중 점심시간에 운동을 했다. 트레드밀에 몸을 맡긴 채 몇 백 칼로리를 뺀 뒤 샤워를 하고나면 몸에 축적된 피로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부터 내 신체가 '오전'이 아닌 '오후'가 하루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 리듬이 재편되면 퇴근 후 일상, 즉 공부하는 시간이 좀 더 여유있게 느껴진다.
평일의 공부시간을 충분히 확충하는 것도 중요흐다. 난 매일 퇴근 이후 오후 7~10시엔 항상 공부하려고 애썼다. 일반 대학원생에 비하면 결코 많은 공부량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꾸준히 한다면 최소한 대학원 졸업에 있어 필요한 학습량은 저절로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후 좀 더 밝히겠지만, 직장인 대학원생의 경우 현업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논문에 녹일 수 있다는 점에서, 풀타임 대학원생에 비해 적은 공부시간을 쓴다고 하더라도 좋은 논문을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녁 약속의 경우는, 회식이나 꼭 필요한 약속이 아니면 잡지 않았다. 여기엔 안 그래도 좁은 인간관계가 더욱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적 여력과 굳은 다짐이 필수인 것이다.
앞서 첫번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처럼 일정 시간을 학업에 쓰는 데는 그만큼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레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남편의 육아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배우자의 아량이 있어야 할 거고, 어느 정도의 규칙적인 근무시간이 있는 직장 여건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내게 당연히 주어진 게 아니다. 미래의 나를 만들기 위한 현재의 상황에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