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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Mar 19. 2020

미국 박사 vs 직장 경력의 국내 박사

5화: 워킹대디의 박사 도전기

"지금 스펙으론 미국에서 50위권 대학도 간당간당한데? 무리한 유학을  가는  좋겠어."


 5년 전,  운명은 그렇게 결정됐다. 딱 30살로 직장 4년차 때 난 뒤늦은 경제학 박사 유학을 꿈꿨다. 이름이 잘 알려진 언론사 기자로 일하던 나의 두 번째 꿈이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조언에 난 그 꿈을 접었다.


하긴, 그런 조언이 나올 법도 했다.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였다. 그러다보니 학부 때 경제학, 수학 지식을 많이 쌓지 못했고, 석사마저도 야간으로 다녀야 했다.


그러니 오로지 풀타임으로 경제학 학업에 전념했던 학생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게 무리일 터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박사 유학 준비와 현 직장 생활 모두 어렵게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한국에서 국내 박사를 하게 되었다. 만약 유학을 떠나 몇 년의 허송 세월을 보냈더라면 꿈꾸기 어려웠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한 샐러리맨이자 육아러로 현재 살고 있다.


대개 미국 박사는 '대학 교수'가 되는 정통 코스로 꼽힌다. 물론 모든 미국 박사가 국내 리턴시 교수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산업계로 빠지는 이도 있고, 전문 연구기관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공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해외 박사와 국내 박사의 대우는 매우 상이하다.


해외 박사는 학부 때 우등생일 가능성이 높다. 대개 북미권에서 선진적인 커리큘럼과 학풍을 경험할 수 있고, 내로라하는 학자로부터 연구 트레이닝을 받을 기회도 꽤 있다. 그러다보니 직장인 박사과정생들은 확실히 이론적인 측면에서 많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미국 박사에 비했을 때 나와 같은 '직장 경력을 갖춘' 국내 박사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단언하긴 어렵지만, 연구소, 혹은 기업체에선 '국내 박사'를 선호하는 곳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 이론에 비해선 해외 박사에 비해 뒤처질 수 있지만, 산업계에서 뚜렷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국내 박사라면 해외 박사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펀드매니저, 엔지니어 등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몸을 꽤 담았던 젊은 국내 박사들은 업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


미국 박사의 장점이 앞서 언급했듯 선진 이론에 대한 지식이라면, '전문 역량'을 갖춘 국내 박사의 경우엔 업계 역량, 업무 경력, 네트워크가 큰 자산이라는 것이다.


물론 꼭 다른 기관에 취업하거나 이직을 하라는 목적으로 국내 박사를 권하는 건 아니다. 나처럼, 부득이하게 국내 박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도 하고 출산까지 하면서 현재 커리어와 국내 박사 코스 경로가 더욱 굳혀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몸담은 직장에서 자신이 갖춘 역량과 연결시키려는 목적으로 국내 박사과정에 충실히 임한다면, 분명히 고생에 준하는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수많은 워킹대디, 워킹맘들이 주경야독을 하는 게 아닐까.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더 활동적일 때 커리어에 있어 가치있는 것을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면서 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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