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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Dec 03. 2020

"박사논문 어렵다고? 일본은 직장인이 노벨상 받았어."

직장인 경제학 박사가 SSCI 논문을 쓸 수 있을까?

조금 오해를 줄이자면, 난 박사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경제학 박사 수료이지. 그런데 경제학 연구와 전혀 무관한 직장에 다니면서 SSCI 논문에 도전한다? 처음엔 꿈만 같은 얘기 같았는데, 어느샌가 논문을 작성해 제출해버렸다. 발표는 내년 초. 된장(...)


# 내가 속한 경제대학원의 졸업 조건이 꼭 SSCI 논문 등재는 아니었다. 그렇다. SSCI 논문은 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30대 중반의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싶어 하는 나는 언젠가부터 "학계에 진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목표가 잡혔다면, 풀타임 박사과정생과 경쟁하는 버릇부터 들여야 한다. 하루 나의 일과는 퇴근 직후인 오후 7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원생은 일반적으로 연구실 업무를 병행하며 연구를 한다. 그래서 꼭 내가 불리하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문제는 체력이다.


체력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는 밤 11시쯤에 갑자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과로가 아닐까 싶었다. 가정을 꾸린 상황에서 내 욕심(학업)으로 단명하게 된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그래서 권투도 했고, 스프린트도 했다. 그렇게 반년 간 체력을 키웠다. 요즘 나의 하루 평균 공부량은 5시간에 달한다. 운동도 꼭 1시간30분은 한다. 주말의 공부시간은 토, 일 각 8시간에 달한다.


# 학업과 직장 병행이 너무 버거워 풀타임 학업을 고민한 적이 있다. 가장 입장에서 무모한 짓인 건 스스로 알고 있었다.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직장을 다니면서 제가 졸업논문을 쓸 수 있을까요? SSCI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풀타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수님께선 답하셨다. "일본의 엔지니어 다나카 고이치는 회사를 다니면서 노벨화학상을 받았어. 이미 일본은 직장 병행자가 크게 성공한 사례가 받았잖아? 그런데 넌 네 졸업논문도 못 써?" (※ 게다가 다나카 고이치는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로 유일하게 대학원 경력까지 없다. )

물론 그 일본인의 사례와 내 사례가 똑같진 않다. 상식적으로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이 사람의 두뇌에 비해 한참 떨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꼭 시간이 많아야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 답은 하나다. 필사적이 되어야 한다. 난 풀타임 박사과정생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이 있어야 하고, 필사적인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직장 생활은 똑같이 하면서 '연구인'이라는 삶을 살고, 남들처럼 연구를 하면서 '돈'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하려면 정신력과 체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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