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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Jan 07. 2023

박사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며 왜 논문을 쓸까?

"JCF나 JBF도 슬슬 도전해보면 어때?" 얼마 전 지도교수님과의 대화 중 나온 얘기다. 여기서 JCF는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Journal of Banking and Finance를 뜻한다. 재무금융 분야의 1st 티어 저널에 해당된다. 예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많은 박사과정생의 목표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학위 취득이 목표일 수 있고, 누군가는 최상위급 저널에 논문 게재가 목표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대다수는 교수가 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Good publication은 교수 임용에 필수이니깐.)


국내파 경제학 박사에게는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유학파 박사과 비교하여 학벌 Discount, 좁을대로 좁아진 취업의 문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현업이라도 있는 박사는 어떨지 몰라도, 당장 생계 유지가 어려운 많은 박사(과정)들에게 1st 티어 저널 게재, 그리고 이를 통한 교수 임용은 정말 낙타가 바늘 구멍 뚫기 만큼 어려울지 모른다.


다행히도 직장에 다니는 나는 연구에 애정과 관심이 있어 많은 논문을 쓰고자 하는 편이다. 작년 여름 졸업 전후로 총 8편의 KCI 및 SSCI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현재 두어 편의 R&R(Revision & Resubmit) 논문을 갖고 있다. 투고 예정인 Working paper 역시 7~8편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학 박사과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논문은 양보다 질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교수 임용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치 앞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계속 1st 티어 혹은 더 나아가 Top 티어 저널에 도전하려는 경제학 박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만약 당신이 교수가 된다는 그 어떤 보장이 없더라도, 1st 혹은 톱 티어 저널에 대한 도전을 계속할 것인가?" 다시 말해, (교수가 안되더라도) 평일 퇴근 전후로 엄청난 시간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내면서까지 높은 저널에 도전할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퇴근 이후 특정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준비하는 시험이 하루 3~4시간을 들여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라면, 그의 노력은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학벌 discount, 나이, 좁은 임용의 문과 같이 정성적인 측면의 핸디캡으로 인하여 교원 채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수하면서도 좋은 저널 게재를 위한 논문을 쓰는 것은 상당히 다른 얘기다. (물론, 교원 임용과 관련없이) 단순히 지식을 어필하는 차원에서 논문을 쓰는 연구자들도 있긴 할 것이다.)


경제학, 혹은 경영학 박사를 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러한 고민은 상당한 함의를 가진다. 연구에 대하여 순수한 열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세상의 그 모든 시선을 감수하더라도 그저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점검해보는 것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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