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sh Jun 26. 2021

직장인 박사과정의 SSCI 저널 도전기

8화. 박사과정은 도전의 연속이다.

'Congratulation. Your paper is accepted.'


올해 초 논문을 투고했던 저널 편집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내 논문의 게재가 확정되었다는 것이었다. 지도교수님과 공저 논문이었으며 수정 조건부 게재이긴 했지만, 나로선 참으로 값진 수확이었다. 무엇보다 신진 연구자로서 첫 실적을 쌓았다는 사실이 참 기뻤다.


경제학 박사과정에 진학할 때 나의 가장 큰 목표는 SSCI 저널에 논문 게재였다. 그 당시만 해도 엄두가 안 났다. 논문은 어떻게 써야 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말 그대로 연구의 ABC도 몰랐던 내가 나름 알려진 저널에 논문을 싣게 된 것이었다.



SSCI 저널 논문 투고는 직장인처럼 파트타임 대학원생은 물론이거니와 풀타임 대학원생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유명 저널에 실릴 만큼 나의 논문과 연구 수준이 상당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능력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영문 글쓰기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연구에 욕심이 있는 직장인 대학원생들에게 SSCI 저널 투고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비결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바로 유력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복제(Duplication)하는 훈련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생들이 FM대로 훈련받는 가장 무난한 루트는 이 Duplication이다. 말 그대로 해외 논문의 분석을 고스란히 내 실력으로 따라해 보는 것이다.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영문 글쓰기 등 연구 역량이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다.


물론, 그저 결과를 고스란히 '복제'만 하진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특정 연도에 미국 정부가 A 제도를 도입한 결과 S&P500 기업의 경영 성과가 30% 가량 개선됐다.'라는 해외 논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는 다음과 같이 고민해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A 제도와 흡사한 우리나라의 제도는 무엇일까?

-한국 코스피 기업의 경영 성과는 개선될까? (코스닥 상장기업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까?)

-해외 논문과 비교해 난 어떤 방법론을 도입할 수 있을까? 이중차분법(경제학 방법론)은 적용 가능한가?


물론 위 고민은 간단한 예시일 뿐이다. 해외 논문과 차별화된 가정을 내려야 하며, 데이터 입수 및 가공도 적절해야 한다. 또 영문 글쓰기 역시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한다. 짐작컨대,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SSCI 논문 게재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문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문 글쓰기가 본래 편하던 학생이라도 데이터 분석을 어려워 하는 경우도 있기에, 대개는 전반적인 역량을 고루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직장인' 박사과정의 애로사항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풀타임 대학원생에 비해 직장인 박사과정의 어려움은 바로 부족한 시간과 에너지다. 회사 근무시간인 '9 to 6' 이후에 연구에 매진한다 하더라도 저녁 식사, 최소한의 휴식 등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다. 양육해야 할 자녀가 있다면 배우자와 친정, 시댁 부모의 양해까지 얻어야 해서 심리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풀타임 대학원생과 실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직장인 박사과정의 논문 제작 기간은 그 2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하루에 6~7시간 매진하는 것을 나는 3~4시간밖에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느끼는 가장 큰 성취감은, 바로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와중에서 학문적 성과를 쟁취했다는 보람에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SSCI 논문 게재는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 SSCI 저널도 임팩트 팩터(IF, 혹은 인용 지수)가 제각각 다르기에 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개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학자들은 손에 꼽는 톱 저널에 논문을 싣게 되며, 나처럼 어느 정도 성실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어느 정도 '마지노선'을 인정하는 SSCI 저널에 노려볼 만 할 것이다.


나의 목표는, 더 많은 SSCI 논문을, 더 수준 높은(높은 IF점수) 저널에 싣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테크니컬한 경제학 공식을 익혀야 할 것이며, 학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쌓기 위해 더욱 기본에 기본을 다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얼마 전 지도교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톱 저널에 한번 논문을 싣는 게 꿈이라고." 그러자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안된다고는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분명히 cost가 따른다." 여기서 cost란, 시간과 비용을 말한다.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따르더라도 나의 지적 수준으로 도달하지 못 하는 영역은 상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 수준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직장인 대학원생의 과제일 것이다.


모든 것은 기회비용의 싸움이다. 내가 연구에 공들였을 시간에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밖에서 맛있는 외식을 즐길 수 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내가 연구를 사랑하고, 이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보다 따끈따끈한 신간 경제학 논문을 더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새 '직장인 박사과정'으로서의 자세를 조금 갖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7화 미국 박사 vs 직장 경력의 국내 박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